도스또예프스끼 의 명저이자 최후의 장편소설인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워낙 내가 소설을 잘 안 읽는데다가 책 읽는 속도가 무척 느려 보통 사람들의 1.5배가 걸리는데, 이 책은 두께로만 봐도 압박이 매우 심한 ㅡ 도서관에서 베개로 쓰기 적당한 ㅡ 그런 책이니 갑자기 불어닥친 이 독서 바람은 아니 땐 굴뚝에 나는 연기처럼 뜬금없고 근거없다.

사실 누군가가 추파를 던지긴 했다. '공돌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다혜는 언제나 내 앞에서 그 우량한(?) 독서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책은 언제나 활동 사진의 사진이 넘어가듯 볼 때마다 다른 책이었다. 그에 반해 내 손에 들린 책은 기껏 해 봐야 'Introduction to Quantum Mechanics', 'Inorganic Chemistry' 이런 부류였으니 내 원 참.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란 책도 다혜가 내 앞에서 선보였던 도스또예프스끼 소설들 중 하나였다. 내 '원어발음주의'에 적합한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표지와 우람한 저 책 두께가 내 마음을 자극했던 것이었다.

러시아 소설은 처음인데다가 도스또예프스끼 자체가 내겐 생소하다. 사실 지금까지 내 삶과 관련을 맺었던 러시아인은 멘델레예프가 전부였으니까. 벌써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헛갈린다. 뾰뜨르, 표도르, 드미뜨리, 알렉세이 등등 약간 생소하다. 그 뿐이 아니라 이 사람들은 애칭 내지는 별칭, 혹은 다른 이름들이 있어서 드미뜨리=미쨔=미뜨리=미쩬까=미찌까. 도대체 이거 왜 이래? 아무리 스페인에도 애칭이 있어서 프란시스꼬=빠꼬, 꼰셉씨온=꼰차이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지금 고작 150쪽 정도를 읽었을 따름이지만 예전에 '레 미제라블'을 읽었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끝까지 끈기있게 읽으면 어느새 금새 빠져들어 읽지 말라고 해도 계속 읽게 되는 그런 사태(?)를 맞이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이거 다 읽으면 마저 백년의 고독도 다 읽어야지~ 아, 책 좀 읽자. 책 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