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이 오셔서 국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가야금 산조와 병창, 거문고 산조와 판소리를 감상했다. 83동 멀미동에서 4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이 강좌! 정말 대학생활 중에 있지 못할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1학년 때 학교에서 개최된 수많은 세미나와 강연회, 문화행사에서 내가 참석한 것은 딱 다섯 개. 피아니스트 Leon Fleischer의 Master Class, 황우석 박사가 나오셨던 관악사 콜로퀴움, 서어서문학과의 스페인어 연극 '여명의 여인', SNU Jazz Festival, 댄스스포츠부 공연인 '이상한 나라의 Spin'.
숙제의 압박과 강의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수 백개 중에 정말 열 개도 참석 못한 것이다. 사실 그 행사들을 하나하나 다 참석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기어이 해낸 적은 별로 없었다.
기필코 2학기 때에는 점심 시간이랑 3시 이후를 되도록 비우리라. 그러나 어차피 과외가 있는걸? 그리고 사실.. 그게 내 맘대로 어디 되나? ㅋ
아무튼 오늘 '명인' 안숙선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 너무나도 즐거웠다. 특히 춘향가 한 대목을 들려주실 때 대사가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창도 절절히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산조와 병창도 너무나도 좋았고 국악의 아름다움을 다시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안숙선 선생님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 득음의 경지를 넘어서면 그 이후로는 다 되는 것이 아니란다. 소리를 조금이라도 안 하면 어느새 그 소리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기 때문에 계속 소리를 제대로 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단다.
명인이라고 인정을 받은 사람도 추구할 것은 늘 존재하고 그것을 위해 쉴 수 없다고 말한다. 명인도, 천재도 아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뜻깊은 시간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