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맡은 과외가 있었다. 정말 하기 싫었는데 하도 교회 집사님이 짜증나도록(?) 강권하시는 바람에 그냥 하게 되었다. 맡게 된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
이 아이, 공부를 너무 안 한다. 정말 안 한다. 내가 왜 얘한테 미분을 가르치고 있는지조차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부모님께 성적표 한 번 보여드린 적 없고 수업 시간엔 무섭게 조는 이 학생, 아는 것은 오로지 손에 익은 계산 뿐 수학의 개념은 들어있지 않다.
오늘 학생 어머니와 과외가 끝나고 2시간 동안이나 면담을 했다. 면담이 끝났을 때는 새벽 1시 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나같이 모범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의 가르침과 이야기가 아니라고. 돈 벌 목적이라고 하면 공부 못하는 애 앞에 두고 2시간만 좀 참으면 되는 것이지만, 아직 진학할 대학과 학과는 커녕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조차 정하지 않은 이 속수무책인 학생을 내가 감당하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이다.
사실 이 학생의 부모님께서 내게 건 기대가 꽤나 크셨던 모양이다. 소개받은 학생이 서울대에 독학으로 아무 문제 없이 입학했다는 것과 신앙을 가졌다는 것이 그 어머니를 매우 들뜨게 했다. 오늘 면담 중에 아무래도 이번 달까지만 하고 과외를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자 갑자기 학생 어머니께서 눈물을 훔치시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공부를 무기 삼아 삶의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공부는 필수적인 것이고 놓쳐서는 안 되야 할 것임을 스스로 인식해 오고 있다. 게다가 나는 아직까지는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거기서 희열을 찾는 비결을 터득했다. 하지만 이 학생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그냥 과외 시간에만 대충 숙제를 내고 좀 버티면 되는 것이고, 학과 공부보다는 속해 있는 축구부의 회식 자리가 더 중요한 아이였다. 이렇게 격차가 큰 사람들 사이에 무슨 소통이 있을 수 있었을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어머니께 솔직하게 모든 아이에 대한 상황들, 실력들을 이야기 해드렸고 내가 더 이상 과외를 맡는 것은 이 학생에게 오히려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씀드렸다.
이제 더 이상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과외 자리를 잡아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대단한 교육자가 아님을 알기 때문에 단순히 지식을 제공하고 가르쳐주는 그런 과외 선생님 자리만을 추구해야겠다. 과외를 그만 두는 것이 이번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오늘같이 참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적도 없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