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과목을 고르라고 하면 단연코 그것은 '전자학 및 계측론'이다.

물리학부 전공실험과목인 이 과목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매우 특수하다.

1. 전기공학부에서 배우는 회로이론 과목과 배우는 내용, 실험하는 내용이 똑같다.
2. 문제는 전기공학부에서 몇 학기에 걸쳐 완벽히 배우는 회로이론을 한 학기에, 그것도 한 주 1시간 수업으로 모두 배운다는 것이다.
3. 실험은 한 주에 4시간. 조교님들이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첫날 아무 사용법 설명 없이 주어진 오실로스코프, 빵판을 보여 이걸 어떻게 작동하여야, 어떻게 소자를 연결해야 하는 걸까 하며 그 간단한 회로 제작하는 데에만 3시간 이상 걸렸던 웃지 못할 그 아픈 과거가 있었다.
4. 보고서를 쓰느라 매 주일마다 예배 끝나면 학교로 달려가서 자정이 넘도록 중앙전산원 컴퓨터 앞에 앉아 연신 키보드를 두들겼다.
5. LabVIEW라는 제어계측 컴퓨터 언어를 처음 접해 보았다.
6. 프로젝트를 통해 6년만에 납땜질을 하면서 로봇을 만들고 있다.

내가 무슨 공대생도 아니고. 도대체 물리학부 사람들은 이 과목을 어떻게 수강하는지 몰라. 신기할 뿐이다. 정말 힘든 교과목임에는 분명하다. 교재로 사용한 Horowitz의 'the Art of Electronics'로는 설명이 부족하여 Sedra의 'Microelectronics'등을 참조해야 했으며 실험 홈페이지와 강의 홈페이지의 실험, 이론 관련 자료를 거의 샅샅이 뒤지다시피 하면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다.

시험 전에는 내가 마치 공대생인 것 같았다. 실제로 전기공학부 아는 형은 내게

'화학부가 그런 것도 해?'

하고 놀라움을 금치 않으셨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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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전자학 및 계측론 기말고사였다. 다다음주 월요일에 프로젝트 발표가 있어서 여전히 납땜은 계속해야 하지만 아무튼 이 과목으로 인해 들어간 시간, 주차료, 어제 밤 새서 얻은 피곤함 모두 따져보면 정말 대단한 실험 과목이었다. 그래도 꽤나 얻은 것은 많았다. 이제 회로에 있는 소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대충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아마 나중에 실험관련 일을 할 때 매우 유용하겠지. 혹은 내년에 화학기기장치법을 수강하거나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