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여름수련회, 그리고 결단!]
Date 2008.08.08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의 여름 수련회 일정이 지나갔다~ 경남 창녕의 무더운 날씨, 따가운 햇볕 아래서 몸이 다 화상 입어가며 진행된 수련회. 이번 여름 수련회의 시설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잊을 수 없는 일들로 참 가득했던 그런 수련회였다. 특별히 성근이 형이 복지관 실습으로 인해 수련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되어 중심축 하나가 빈 느낌이 들었고, 그에 따라 수련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 중 최고학년이 우리 동기 ㅡ 그것도 단 둘, 물론 2박3일간 용인이 형이 잠시 있다 가시긴 했지만! ㅡ 들인지라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러웠다.
단기 선교로 인해 수련회 준비기간도 길지 않았고 정작 수련회 떠나기 며칠 전에야 대부분의 것들이 확정되는 등 준비 면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내가 회장 대행을 맡게 되는 이 사태, 오 이럴수가.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번 수련회도 은혜가 가득했던 시간이었지만 다음부터 수련회를 준비할 때에는 미리 이런 긴박하고 부족한 상황들을 염두에 둬서 면밀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수련회가 특별히 화려했다거나 깜짝 놀랄 만한 멋진 이벤트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움직이는 말씀 때문에 수련회를 통해 스스로 결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뭐랄까. 내 삶이 거룩해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외적인 것은 거룩, 성결같은 단어와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진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성이 성자(聖者)인 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몇 가지 결단을 했다. 이런 결단은 나 스스로만 맴돌게 하면 안 되고 공개를 해서 지키려고 부단히 애를 써야한다. 그래서 결단을 쓴다.
첫번째, 성(性)적인 것에서 멀어져야겠다. 어느새 너무 이런 것에 자유(?)하게 된 내 입과 머리를 보게 된다. 뭐, 농담스럽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는 자연스런 욕구의 분출이라고는 한다만 그래도 자제해야겠다. 물론 성 자체가 그릇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유익을 끼치지 않는 이야기, 현대 사회의 성과 관련된 부산물들, 생각이라든지 혹은 많이 타락한 현 시대의 성 관념을 시대의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든지 이런 것은 철저히 배격하려고 한다. (이렇게 쓰려고 보니까 은근 부끄럽기도 하고 또 눈치가 보이긴 하다만 최대한 포장해서 ㅋㅋ)
두번째, 술을 입에 대지도 않겠다. 이것은 꽤나 고통스런 결단이긴 한데 얼마 마시지도 않는 술이라지만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고행(?)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음주가 죄는 아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뒤흔들만한 권세가 술과 담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술을 한다고 해서 지옥에 가는 것도 아니요,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벌이 내려지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이번 수련회에서 느낀 '거룩'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볼 때 내가 구별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과연 나는 대학 생활 동안 '구별된' 사람이었던가? 실상 그렇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새부턴가 나는 믿지 않는 일반 학생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기 시작했다.
우리 가정이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기도 하고 게다가 나 또한 음주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더 이상 가지지 않게 된 형편이 되었기에 이 결단은 매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노력해 보겠다. 아니 그래야 할 것이다. 사실 현대 한국에서 술 문제는 모든 기독교인들의 구린 구석(?)을 건드리는 아주 큰, 그러나 쉬쉬하는 문제이다.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정작 술을 마시니까. 그래서 오로지 교역자와 목회자들 ㅡ 자유주의 신앙을 가진 목회자는 예외 ㅡ 만이 거기서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내가 술을 마신 것이 결코 자랑은 아니다. 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만큼 당당하지 못했다. 재작년에는 술로 인해 엄청난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것 때문에 엄청 후회하고 펑펑 울었던 기억도 나는데. 내가 좀 더 깨끗해지기 위해서, 구별된 삶을 위해서 과감히 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려고 한다. (오 주님 도와주세요, 마시면서 몇 년을 살아보니 안 마시면서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이더군요.)
세번째, 금요기도회와 새벽기도회에 정말 적어도 매주 한 번은 꼭 나가야겠다. 생각해보니 주일에만 하루 몇 시간 하나님께 예배한다는 것이 참으로 절대주 앞에서 대담한 생각이다. 기회와 시간이 된다면, 안 된다면 최대한 노력해서 하나님 앞에 자주 서기로 결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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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련회를 통해 내 삶을 종교적으로 금욕적인, 혹은 매우 보수적인 삶으로 바꾸려고 결단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요즘 세상에 뭐 그런다고 정죄하니? 뭐 그렇게까지 너 자신을 옥죌 필요는 없지 않니?
아니요, 제가 생각하기엔 저도 저 모르게 스스로 세상의 논리에 내 자신을 맡긴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죄'의 기준을 일반 논리, 자유주의적 논리에 두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내가 신봉하는 신앙에 따르면 분명 내가 단순히 '무죄'하다는 것에서만 그쳐야 할 것이 아니라 '성도로서 거룩한 삶'에 이르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이전의 삶을 회개하고 새로워지려고 합니다. 성(性)의 문제야 내가 스스로 생각을 조여 매고 입을 단속하면 되겠지요. 다만 술의 경우 앞으로 세상에서 불이익을 감수할 지도 모르지만, 생각해 보세요, 정작 대학 생활하면서 술 안 마신다고 불이익이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술 안 마신다고 버티는 샌님이라고 다들 비난할지라도 '그래도 저 인간은 신앙의 지조가 있긴 하나보다' 이렇게 생각할 거 아니겠어요? 예전에는 '그리스도인이더라도 세상에서 살 때에는 스스로 남들에게서 격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난 차라리 남들이 구별해서 보는 샌님이 되는 쪽을 택하겠어요.
그리고 오늘 분명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있어서 그거 보면서 저녁을 보내려고 했는데, 금요기도회 갈 거예요. 이제 정말 진짜로 거룩한 삶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 거니까 누구든 막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같이 가면 더 좋고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