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피아노를 이달 초에 배송받았다. 내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집에서는 근 10여 년간 그 누구도 쓰지 않았고, 수리 역시 진행하지 않았기에 피아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배송 직후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조율사에게 전화하여 피아노 수리를 요청드렸는데, 방문 후 피아노 상태를 확인하시자마자 하시는 말씀: "이건 오늘 진행할 일이 아니네요." 결국 그 분은 피아노를 해체(?)한 뒤 해머 부분만 따로 떼어 가져가셨다. 작업실로 가져가서 해머를 둘러싼 펠트를 다 깎아내고 정리한 다음, 틀어진 위치를 하나하나 다 맞추어 해머 간 간격을 잘 맞춰서 가져오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 예정된 시각에 새로 태어난 피아노 해머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 거의 2시간 동안 건반을 두들기며 조율을 하시는데, 조율사가 나사를 돌리면서 피치가 연속적으로 기이하게 변하는 건반 소리를 듣노라니 기분이 무척 묘했다. 이렇게 피치가 낮아진 건반 소리를 원래 진동수(frequency)에 맞게 조정해주는 과정이 중간에 여럿 있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 조율사는 거의 한 음 이상 음이 낮아져 있었다며 원칙적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 그러니까 추운 겨울 지난 뒤에 한 번, 장마철 지난 뒤에 한 번, 이런 식으로 피아노 조율을 해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내게 전문 피아니스트도 아니고 그렇게 자주 조율할 필요가 있긴 하겠냐만,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는 말씀은 꼭 피아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새겨 들었다.


조율 과정 중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오늘은 출근이 무척 늦어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을 끝내 다행이다. 주말에 한 번 기회되면 쳐 봐야지. 집에서 치는 업라이트 피아노는 실로 오랜만일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