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예쁘게 생겼지만, 읽을 때는 늘 걱정이다ㅡ.
대학 들어와서 느낀 많은 것 중 하나가 영어가 과연 '지배하는' 언어라는 것이다. 온갖 비영어권 말들도 영어식으로 발음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우습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익숙한 단어들이 부지기수이다.
일부 선생님들은 모든 과학자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하셨다. 그래서 하이젠베르크는 하이젠버그가 되었고 베르너는 워너가 되었다. 양자물리 선생님 말처럼, 프랑스 수학자 Hermite의 이름을 딴 Hermite polynomial은 늘 허밋 폴리노미얼이라고 불리지 에르미트 폴리노미얼, 혹은 에흐미뜨 폴리노미얼, 이렇게는 절대 불리지 않는다.
비단 사람 뿐 아니라 알파벳 읽는 방법도 어느새 다 영어식으로 바뀌었다. 막스 플랑크가 제창한 상수 h는 독일식으로는 '하'가 되어야겠지만 이미 '에이치'로 불린 지 오래이다.
가장 심한 건 아무래도 그리스어 알파벳이 아닐까 싶은데, Ψ(psi)는 '사이'로, Φ(phi)는 '파이'로, Ξ(Xi)는 '자이'로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프시, 피, 크시가 되어야 한다는데. 문제는 여기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 지금 당장 π(pi)를 '파이'가 아닌 '피'로 읽자고 하면 모두가 혼란스러워 할 것이고 유치한 발상이라고 혀를 끌끌 찰 것이다.
난 원래 외국 말은 본토 말로 발음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워싱턴을 화성둔(?盛?), 바르샤바를 워소라고 부르는 건 정말 미국인, 폴란드인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들 것이다. 루마니아 대사는 자국 이름을 '로므니아' 혹은 '로마니아'라고 해 줄것을 부탁했고,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16강 진출을 바란 나머지 폴란드를 응원한 한국인들은 폴란드 사람들이 자국을 '폴스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매우 놀라워했고, 북한은 Deutchland의 일본식 발음인 '독일' 대신 원어 그대로 도이칠란트라고 발음한다.
하물며 그 나라의 유명한 사람들과 알파벳이에랴.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졌다는 게 문제인 거지. 그래서 한 가지 타협안. 이미 사람들 내에서 익숙한 건 어쩔 수 없다 이거다. 우리가 절대로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를 '차오 차오'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전류는 그냥 +에서 -로 흐르는 거라고 정한 것처럼.
Ψ† 를 '프시의 에르미트 켤레'라고 말하느냐 '사이 허미션 컨쥬게이트'로 말하느냐? 그래, 당연히 후자이다. 하지만... 에잉... 영 좀 그렇다ㅡ.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