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에 쓸 일은 아니지만, 어제 일이다. 새로 부임하신 젊은 분석화학 교수님이신 정택동 교수님께서 학번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려 1시간이 넘는 설교 아닌 설교를 하셨다. 사실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학부 행사 참여 독려를 위한 연락에 관해서 논하려고 모인 건데 어쩌다가 교수님의 설교장이 되었다 :)
그래도 1시간 넘는 시간동안 정말 진지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었다. 왜일까? 사실 내용은 지난 2년간 정두수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가끔씩 말씀하시던 것의 1시간 축약본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에 관한 걱정, 의대, 대학원 진학, 유학을 장려하는 국가정책의 문제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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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화학부에 다니며 느낀 것은, 지금 함께 화학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화학을 자기 인생의 '무기'로 삼지 않고 다른 무엇을 위한 디딤돌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의 삶이 있는 거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 삶의 목표와 내 삶의 즐거움과 내 삶의 상황이 하나로 합치되어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잠시 기분이 좋았다. 난 정말 좋은 때를 타고 났다. 지금은 이공계가 위기라고 하고 있고, 고급 인력들은 이곳으로 오지 않는다. 이런 때에 남들보다 더 노력한다면 지금 이공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사회에 나갈 때쯤 빛을 발할 것이다. 순수하게든 아니든 의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은 지금 공급과잉으로 인해 그 꿈이 깨어지는 것을 처참하게 느끼고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반대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히 내 삶과 내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생계를 보장하는 직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결국 나라가 원하는 일, 모두가 우러러 보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가슴이 벅차지 않나?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할 때 그것을 훌륭하게 해낼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뿌듯하지 않나?
물론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이 모든 열매들은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에 보장된 열매들이 어디있나. 당당하게 선택받을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