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피로도 다 잊고 오늘 비교적 이른 시간에 일어나 아침 햇살을 받았다. 그러나 늑장을 부리며 컴퓨터로 시간을 보내던 나. 어느새 아침시간도 잊고 컴퓨터를 하다가 정오의 강렬한 햇볕이 쬐이던 그 시각에 나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밀검사 일자가 알고보니 내일까지였던 것. 어라, 내일은 주일이라 검사장이 문을 닫는다. 그렇다면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 이럴수가?! 급히 검사장에 전화를 걸었다.
우와. 시간이 12시 11분이었는데 12시 반까지 접수를 받는단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동생에게 기별도 안하고 집을 나가 차에 몸을 싣고 에어컨도 틀지 않은채 곧장 박달동에 있는 검사장으로 직행했다. 어찌나 급했던지 온몸에 땀이 뒤범벅이었고, 경수산업도로를 타고 박달동으로 가는 길이 고속도로도 아닌데 막 달려댔다;; (다행히 제한속도는 지켜냈다ㅡ.)
도착 시간이 12시 28분. 급히 접수를 마친 나는 다행히도 과태료 없이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만일 지체했다면 과태료를 물었을 테고 아버지의 호된 비난이 이어졌을 수도 있을 터였다. Safe!!!
돌아와서는 온갖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준비했다. 그런데 준비하려니 집안이 너무 엉망이다. 동생은 여전히 싸이질... 나와는 격(格)이 다른 그녀의 싸이질은 정말 4시간이고 5시간이고 그냥 잡아먹으신다. 아무튼 당장 내가 없었던 2박3일간 쌓여있었을 듯한 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ㅡ 이 참에 냉장고에 오래 묵은 반찬도 버리고 ㅡ 빨래를 하고. 그제서야 동생이 스멀스멀 나와 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래도 이 정도니까 기특한 것이다. :)
아무튼 점심은 늦었지만 그런대로 유부초밥을 해서 내어놓았다. 조금 있다가 저녁 준비할 시간이 되자 여러모로 손을 놀려서 쇠고기 무국이랑 가지무침을 내놓아 맛있게 먹었다. 쇠고기 무국은 좀 아쉬운 감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끼 식사에 전혀 부족함 없었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과! 웬수같은 주인(?) 성림이가 갑자기 서울대입구역에서 호출을 한다. 호출받은 노예(?)인 나는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ㅋ. 차를 몰고 쑥고개 근처에서 성림이를 태우고는 안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안양 근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놓고 보니 새벽 2시였네ㅡ.
갑자기 보고 싶었더란다. 실은 나도 은근히 보고 싶었다. 말은 못했지만ㅡ. 고등학교 친구들이 다들 각지에서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군인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들은 수다로도 하룻밤은 너끈히 보낼 수 있는 그런 진귀한 사람들이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나.
비록 20분밖에 되지 않는 거리긴 하지만 입구역에서 자기 좀 태워달라고 말한 친구의 부름(?)을 받잡고 이렇게 가속 페달을 밟은 나도 참 신기하다. 그저 자연적인 알고리즘의 작동이란 말인가ㅡ. 아무튼 하루를 감칠맛 나게 마무리하는 그런 만남이었다. 즐거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