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2021년 4월 1일, 전문연구요원 4주 훈련 입소을 위해 (지금은 모 대학의 교수로 임용된) 당시 우리 연구실의 위촉연구원을 논산훈련소로 내가 직접 차를 몰고 데려간 적이 있었다. 본래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은 월요일 오전마다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곤 했는데, 이날따라 유난히 사람이 많아서 의아하다 싶었다.


"최 박사,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글쎄요.. 원래 이렇게 입소하는 사람이 많나요?" 

"아니 그래도 너무 많은데.. 야, 그나저나 훈련소 안에 벚꽃 너무 예쁘네요.. 너무너무 좋겠다.. 코로나 기간이지만 훈련 잘 받고 돌아오세요 ㅡ 저는 훈련소 4주 너무 좋았어서 지금도 다시 받으라고 하면 기꺼이 받을 거야."

"박사님... ㅡㅡ^" 


그렇게 최 박사를 연병장에 보내고 먼저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차장에 가려고 훈련소 입구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갑자기 이쪽에서 아주머니들의 환호성이 이는 것이었다. 대체 뭐지?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ㅡ 맞은 편에서 '내일은 미스터트롯'이란 프로그램으로 일약 스타가 된 김호중이라는 사람이 마주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돌아보니 아주머니들이 들거 있던 온갖 응원 문구가 적힌 피켓과 길가에 설치된 횡단막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야, 그놈 덩치 하나는 큰게 아주머니들이 좋아할 상인가? 아니 그런데 저 아주머니들은 자기 자식들 훈련소 입소일에도 저렇게 간 적은 있었나? 뭐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도 저 아주머니들의 운집이 영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콘서트장에 가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듣는 건 몰라도 무슨 사생팬같이 이렇게 훈련소 앞에 있을 건 또 뭐란 말인가... 


그랬던 그가 요즘 장안의 화제이다. 그것도 매우 부정적인 사안으로. 이제 다시 그의 노래하는 모습을, 아니 모습 자체를 영상 매체에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세상은 그에게 몇 번이나 기회를 준 셈이지만, 지금까지의 정황과 혐의를 기준으로 보자면 그는 그 모든 선의를 기만해왔던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요즘 이 사람을 두고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종교적 신념 붕괴의 여파인마냥 저릿해온다. 


그런데 그의 행동을 두둔하는 그의 팬클럽 회원들을 보며 저것이야말로 바로 몇몇 중년 이상 어르신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극단적인 자세, 즉 다른 정보는 취합하려하지 않고 오직 자기가 믿고 싶은 바만 취사선택하려는 자세가 아닌가 싶어 무척 떨떠름해졌다. 저 모습이야말로 어싱을 신봉하는 어르신들 아니던가. 저 모습이야말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차를 깨끗하게 닦아놓고 해맑게 웃던 어르신들 아니던가. 저 모습이야말로 광화문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며 종북좌파 OUT을 고래고래 외치던 어르신들 아니던가. 저 모습이야말로 한강에서 실족사한 의대생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유튜브만 믿는다고 울분을 토한 어르신들 아니던가. 


도대체 저 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김호중 관련 기사를 읽다가 3년 전 구름같이 모였던 그 아주머니들의 환호성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는데 괜히 괴란쩍을 뿐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