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백신 접종을 위해 공가(公暇)를 낸 날이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연구원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오전중 연구 관련 미팅 계획이 잡혀 있었던 데다가 어차피 백신 접종은 오후 5시이므로 오전 중에 업무를 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출근했었다. 3시 반쯤 되어 익산 집으로 돌아왔고, 오후 4시 반쯤에 얀센(Janssen)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부송동의 한 동네 의원으로 갔다.


동네 의원은 대기하는 환자로 가득 들어찼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은 아니겠지? 조금 살펴보니 물리치료를 받으러 오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중간중간 보이는 핸드폰에 열중하는 젊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앞 시간인 4시 백신 접종을 한 뒤 대기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조금 일찍 오긴 헀지만 늦는 것보다야 낫지 생각했다.


의원 접수원은 내 신분증을 받아 예약을 진행한 당사자와 동일 인물인지 확인했고, 무언가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들고 와 내 서명을 받은 다음, 의례적(?) 문진에 돌입했다. 문제는 여느 백신 접종 대상자들의 대답과는 달리 내게서는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오게 되었는데, 바로 코로나 확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나는 당연히 '예'라고 대답했고, 그는 (당연히) 소스라치게 놀랐다. 2020년 11월에 확진되었고 2주 치료 후 완치되었다고 말하자 그는 유관기관에 확인을 해 보아야겠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내가 미리 보건소를 통해 확인한 내용대로 완치된 지 90일이 지난 사람은 백신 접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달받은 접수원은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진표 나머지 부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인가 보네요?"

"네, 맞아요... 그런데 많이 아팠어요?"

"아뇨, 뭐 감기 정도였는데 인후통이랑 작은 열이 완만하게 생기다가 사라지고, 콧물 가래 나오는 편이었고..."

"젊어서 그렇게 크게 아프지 않았나봐요."

"아무래도 좀 나이에 영향이 있더라구요."

"음... 그래요 뭐 별 거 아니었군요."


최종적으로 의사 선생님의 컨설팅이 시작되었고, 접종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신 선생님은 만일 접종 뒤 이상 증상이 발현되거나 아프면 해열진통제를 먹되, 상태가 심각해지거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나는 옆에 있던 주사실로 이동했고, 왼소매를 위로 걷은 뒤 백신 주사를 영접할 준비를 마쳤다.


심지어 따끔하지도 않았다.


금주에 대한 조언과 무리하지 말라는 권고, 그리고 약 20분 정도 여기에 머물다가 큰 이상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20분 동안 별다른 것이 없었던 나는 의원 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파리바게뜨에 들러 빵을 두 개 사고, 마침 한창 건설 중인 내년에 이사갈 아파트도 보고 왔다. 매일 밤 시간에 지나다니는 도로라서 건축물의 실루엣만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차안에서가 아닌 밖에서 해가 아직 떠 있는 시간에 건물을 보노라니 언제 벌써 이렇게 꼭대기층까지 지어 올렸나 새삼 건축기술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집에 와서는 크게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업무 관련된 일을 좀 진행하려다가 그냥 하루이틀은 혹시 모를 고생(?)은 사서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대신 유튜브 영상 작업이나 하고 있었다. 9시 20분이 되어 러시아어 전화를, 그리고 10분 뒤에는 줌(Zoom)으로 러시아어 강의를 들었다. 다들 백신 접종 후에 어떤 이상이 있지는 않은가, 열은 없는지, 통증은 없는지 물어보셨는데 접종 당일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 다만 한 가지 이상한 느낌은 있었다. 원래 내 코로나19 주요 증상은 인후가 붓는 것이었는데, 어제 8시경에 잠깐 인후가 아주 경미하게 붓는 느낌? 그 정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열이나 통증으로 밤을 고통스럽게 보내지는 않았다. 다만 주사를 맞은 왼팔 윗부분은 근육 주사의 영향인지 만지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열도 없고 다른 통증도 없었기에 아침으로 크레페와 소시지를 먹은 뒤 정리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십중팔구(十中八九)는 열이 나서 고생했다던데, 나는 거기에 속하지 않는 소수의 행운아였거나, 혹은 한번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10시 45분에 예정된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11시 40분에는 분원장님과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돌아와 앉았는데 약간 등쪽이 뻐근한 것이 마치 좋지 않은 자세로 운동을 했을 때 느껴지는 뻐근함과 흡사했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이대로 뭔가 업무를 계속 보며 무리를 하는 건 크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4시경에 일찍 퇴근할까 한다.


사실 아무런 면역 반응 없이 조용히 지나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몸이 자각할 만한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우리는 배워서 잘 알고 있다. 다만, 나의 경우는 한번 진짜배기(?) 바이러스를 몸에 받아들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경험이 백신 접종 후 면역 반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만일 이 백신이 과거에 내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된다면 신체 반응이 남들보다 굉장히 빠르고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열이나 통증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체가 별개의 것으로 인식한다면 ㅡ 이건 좀 백신 회사를 맥빠지게 하는 일이겠지만 ㅡ 얀센 백신에 대한 내 몸의 반응 역시 남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중요한 것은 만 24시간 이내에 일상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나 무기력감, 열감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틀간 더 지켜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관리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 볼 예정이다. 그리고 모두들 백신을 접종해서 이 코로나19 사태가 통제되는 상황 하에서 관리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