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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영어를 곧잘 하는 거 같은데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뭐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영어 회화를 배우려는 목적보다는 전달력과 표현을 다듬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는 하다. 그래서 전화영어 과목도 일상대화나 여행회화같은 게 아니라 무려 시사영어였다.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일목요연하게, 혹은 원어민이 딱 듣고 괜찮다고 생각할 어휘와 표현력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셈. 사실 우리같은 연구자에게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미국에 있을 때 가끔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애먹는다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전치사나 이런 동사를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대충 얼버무리면서도 상대방이 알아먹는 것 같으니 고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더러 있었다. 전화영어를 통해 몰랐던 표현이나, 그간 저지른(?) 잘못된 습관을 세 개씩만 배우고 고쳐도 전화영어 수강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주 3회에 10분은 진짜 짧다고 생각한다. 10분이 이렇게 금방 갔는데 뭘 할 수 있는 걸까 심히 의심되기 시작했다. 가만 있어보자, 대략 한 주에 13번의 전화영어 수업이 있다고 하면 월 수강료가 13만원이니 한달에 $100요, 10분에 만원인 셈이다. 지금까지 미니애폴리스에 머물면서 나와 영어로 대화해 준 모든 사람에게 나는 그만큼씩 빚을 진 셈이어니...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근데 진짜 외국어는 자신감이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영어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는 스페인에서 혹독하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는 안 되는 스페인어로 지껄여 가며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투쟁을 했던 10년 전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직도 쭈뼛쭈뼛해 하면서 영어울렁증을 호소했을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일본인만큼이나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말고 오류가 한가득한 영어문장과 표현을 내지르면 되는 것이다! 첫발을 내딛으면 성큼성큼 걷기에는 오히려 편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