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ta는 독일 마인츠(Mainz)의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Max Planck Institut für Polymerforschung)에서 IRTG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와 연구교류를 진행했던 란페스터(Landfester)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인도 유학생이었다. 작년에 Katta는 올해 2월 중순에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려왔고, 마인츠 대학에서 역시 같은 프로그램으로 교류가 있었던 Bernd와 함께 인도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 들러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이 작년 11-12월의 일이었다. 출국 일자가 다가왔고, 나는 어제 인사동에 들러서 결혼을 앞둔 Katta에게 줄 한국 전통 혼례 선물인 기러기 목공예품을 구매하고 청홍색의 예쁜 공단 싸개도 사서 같이 둘러놓은 채 완주로 내려왔다. 내일 아침에 인천공항에서 타이항공을 통해 인도의 하이데라바드로 떠날 계획으로 이것저것 만반의 준비를 갖추던 나.


오후에 갑자기 날아든 이메일. 1월 27일 이후 중국, 홍콩, 마카오로부터 입국한 사람들은 증상 유무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2주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는데, 오늘 부원장의 지시 사항에 따르면 대상 국가가 확대되었다는 것. 그런데 빨간 글씨로 강조된 확대된 국가 목록 중에는 일본, 대만, 동남아, 그리고 인도가 있었다. 인도가 내 눈에 보이는 순간, 아니 내 눈에 보였나? 내 눈을 의심했다. 바로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여쭤봤다. 내일 인도로 출국이 예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귀국하면 즉시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1주간의 인도 일정 이후 2주 자가 격리이므로 총 3주간 아무 업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격리 생활을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타격이 매우 큰 조치였다. 서울 본원의 보건관리팀에 문의해도 똑같은 대답이었다. 


인도에서 발견된 확진자 수는 3명으로 대한민국과 독일, 그리고 다른 '자가 격리 대상 체류 국가'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은 숫자이다. 물론 인도의 의료 및 방역 시스템에 대한 불신, 그리고 높은 인구 밀도와 뒤떨어지는 위생 상태를 고려했을 때 부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하필이면 왜 지시 사항이 오늘 오후에 떨어진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스리랑카와 네팔은 자가 격리 대상 체류 국가에서 제외되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하려나. 사태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모두 날려버리고 Katta와 Bernd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인도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을 앓는 국가도 아님에도 단지 그 나라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이유로 2주간 업무에 못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는 꽤나 황당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을 터.


그래도 다행히 잘 이해해주었다. 사실 Bernd에게 무척 미안한 것이, 원래 하이데라바드 일정을 마치면 고아(Goa)에서 조금 쉬다가 오려고 했는데, 내가 출국이 사실상 금지당하면서 이 일정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결국 둘 다 여행 일정을 변경 및 취소해야 했다. 이 때문에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사실상 패닉 상태였다. 나 스스로도 정신 상태가 불안정했다. 그냥 허탈했다. 이렇게 기대했던 일정이 하루 아침에 위에서의 명령으로 싸그리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사실상 처음 경험했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순식간에 모든 것이 리셋(reset)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이를 받아들이는 데 조금 난감했다. 그래도 어쩌랴. 어쨌든 지시 사항은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고 주변의 모든 권고 역시 인도행을 뜯어말리는 것을. 비행편을 취소하고 호텔을 취소하는데, 이 모든 절차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모든 국제선 비행편을 마일리지로 구매한 덕에 항공권 취소로 인한 금전적 손실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는 것 정도?


3월에 청두(成都)대신 나고야(名古屋)를 가려고 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자가 격리 대상 체류 국가로 지정되었고, 일본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의 그것보다 더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문제가 언제까지 지속될는지 원. 우한(武汉)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진 나도 이렇게 영향을 받는구나. 오늘은 좀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쉬어야겠다. 놀아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