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설을 논하기엔 고작 세 번 뿐이라서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런 사이클이 있다는 사실이 크게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하다. 시장의 모순과 정책의 비합리성이 어느 정도 증대되다가 뇌관을 건드리면서 팍 터지는 그런 느낌으로다가 말이다. 물론 이번 사태는 금융위기가 아닌 바이러스 전염병에 의한 실물경제의 위기라는 점에서 지난 두 번의 경제 위기와는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직하하는 주식시장 지수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공포는 이전과 같다.


다들 아우성이고, 그러면서 위기는 기회라고 이 상황을 직면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맞서기보다는 몸을 피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때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포심이 더 공포스러웠던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온갖 수식과 정밀한 계측이 맞아떨어지는 시기가 아니다 ㅡ 인간의 나약함과 비합리성이 오히려 더 부각되는 시기가 아닐까.


아무튼 이 상황이 조기에 정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으니 이제는 얼마나 잘 버티는가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미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과 문화를 굉장히 바꿔놓았고, 더 바꿔놓을 참이다. 비대면 상호작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이에 따른 인프라가 급속도로 구축되면서 시장은 격변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은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했던 현재의 방식들이 머지 않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각보다 편하기 떄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60 평생에 이런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차셨다. 사실 나도 서른 다섯 평생에 이런 것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결국 이 모든 혼란의 종식은 바이러스에 대항할 만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느냐, 개발된다면 언제 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들의 공포가 풀리지 않으면 돈은 돌지 못할 것이니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