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와일즈(Minnesota Wilds) 아이스 하키 경기를 보러 옆 도시 세인트폴(St. Paul)에 있는 엑셀 에너지 센터(Xcel Energy Center)에 갔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스포츠 경기는 일종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티켓을 끊어왔던 나. 그런데 그랬던 내가 한 시즌에 두 번 이상 같은 종목의 경기를 '자발적으로' 관전하는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달에 엑셀 에너지 센터에 갔을 때에는 북미의 4대 스포츠인 미식축구(NFL), 프로야구(MLB), 프로농구(NBA), 프로 아이스 하키(NHL) 중에서 유일하게 아이스 하키만 관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어도 겨울 스포츠 인기가 높은 미네소타에서 아이스 하키는 보고 돌아가야지 하는 마음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날 있었던 경기가 유난히 재미있었던 경기였다. 리그 1위를 질주하는 뉴저지 데블스(New Jersey Devils)를 홈으로 불러들인 미네소타 와일즈는 어렵사리 3 피리어드 끝나기 직전 동점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그날 옆에 있던 모르는 사람과 환호하며 박수를 마주 쳤고, 하도 소리를 질러대느라 목이 갈라지는 느낌이 날 정도였다. 물론 연장전에서 너무 어이없이 골을 내줘 패배하긴 했지만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경기장이 열광과 환호의 도가니가 되어 후끈 달아올랐던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물론 선수들도 굉장히 흥분했는지 3 피리어드에는 주먹다짐이 훨씬 자주 일어나긴 했는데 그 역시 희한한 재미요소(?)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짜릿했기에 오늘 다시 아이스 하키 경기를 관전하러 엑셀 에너지 센터에 온 것이었다.


오늘 경기는 미네소타 와일즈가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Toronto Maple Leafs)를 공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2-0으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저번 경기에 비하면 박진감은 다소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었다. 아이스 하키 경기를 보다보면 마찰(friction)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선수들의 놀라운 반사 신경과 현란한 스케이팅 실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어디로 미끄러질지 모르는 퍽(puck)의 진로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선수들의 진행 및 골을 넣기 위한 작전. 그 미끄러운 빙판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얼음과는 달리 굉장히 뜨겁고 치열하다. 작년에 왜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스 하키를 보러 가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그랬다면 올해 시즌권을 질러버렸을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년 초에 한 번 더 좋은 기회가 있을 때 경기를 보러 또 와야겠다! LET'S GO WILDS!


아, 글을 마치기 전에 사족 하나. NHL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백인 중심의 스포츠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일단 선수들 중 非백인을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관중 중에서도 그러하다. 내가 자리에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 흔한 중국인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미네소타 주가 백인 비율이 90% 정도에 육박할 정도로 백인 위주의 사회이고, 아이스 하키가 태생적으로 북반구의 백인 중심의 스포츠로 발전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심할 정도이다. 뭐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주눅들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굉장히 신기한 점 중 하나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