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남기지 못했다. 이유라는 것이 굉장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그간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도 접속해서 글을 쓸 수는 있으나 이게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는 맛이 없다보니 몰입하여 글을 쓰기가 무척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뒤바꿔 놓은 것은 한글날의 부모님 방문! 10월 9일에 부모님이 완주에 오셨는데 각종 옷가지와 함께 가져오신 데스크탑 컴퓨터 ― 거의 6년 전에 샀던 삼성 일체형 터치 스크린 컴퓨터 ― 덕분에 드디어 기숙사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자유롭게 웹 서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주 목, 금요일에 경주시에서 열린 탄소산업클러스터조성사업 추계워크숍에 참석했고, 뒤이어 바로 창원으로 내려가 아버지 친구 자제분 결혼식 참석차 오신 부모님과 진해에서 거주 중이신 고모 및 사촌형 가족 방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토요일 밤에 안양집으로 돌아왔는데 이것도 돌이켜보면 참 재미있었던 게 KIST에서 익산역까지 택시를, 익산역에서 오송역을 거쳐 신경주역으로 KTX를 탔고,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창원버스종합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를, 그리고 창원버스터미널에서 진해 석동(石洞)까지는 창원 시내버스를, 창원중앙역에서 수원까지는 ITX-새마을호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원에서 안양역까지는 수도권 지하철을 탔다. 선박과 항공편을 제외한 가능한 대부분의 육상 교통 자원을 다 활용하며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경기도를 오간 셈이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곳 청주시 오창에 있는 국가과학기술인인력개발원원(KIRD) 청사에 와서 R&D 신규입사자가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금요일까지 4박5일동안 오창에서 교육을 받는데, 일단 첫날 교육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과제, 연구단 사업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을 잘 공부하고 알아둬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자들도 지금 있는 곳에서부터 멀리 달아날 용기를 가진 창조적인 예술가의 면모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각각 2시간동안 진행된 강연들이었는데 모든 교육 과정들이 만족스러웠다.


오창에 있으면 할 일이 딱히 있는 것이 아닌만큼 좀 더 여유있게 키보드를 두들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서까지 업무를 봐야 할만큼 일이 쌓여있지도 않으니... 차라리 이런 긴 기간의 교육을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받은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일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강연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기왕 국가에서 마련한 귀한 교육의 장인만큼 즐겁게 강연들을 들으며 그간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