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공통점과 차이점]
Date 2010.06.23
우리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들 사이의 작용을 좀 더 쉽게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유교의 음양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며 또한 쿨롱의 법칙(Coulomb's law)으로 대표되는 근대 과학의 양/음의 상호작용도 여기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고도 생각한다. 재미있게도, 우리의 관념은 둘의 '공존'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융화'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조화를 이루어서 어느쪽으로나 치우침이 없이 동등하고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여 '정'의 상태를 만드는 것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평준화 지향성인데, 서로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야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 그대로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막연한, 그러나 널리 퍼져있는 일종의 믿음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반대의 막연한, 그러나 널리 퍼져있는 믿음도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산-염기 이론을 확장시키다 보면 hard/soft 개념이 등장하는 데 hard한 산에는 hard한 염기가, soft한 산에는 soft한 염기가 더 반응성이 좋은 그런 식이다. 같은 방향으로 잘 정렬된 강자성 물질로부터 우리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것들끼리의 강력한 응집력 및 상호작용을 유추할 수 있다. 일종의 공감과 시너지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이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야 서로 잘 이해해 줄 수 있기에 더 긍정적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짧게 얘기하기 위해서 너무나도 잡스럽고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요즘 몇 가지 결론을 얻었는데, 오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통점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차이점이 좀 있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공통점이 많은 사람일수록 좀 더 가까운 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그 공통점이 '내가 알고 있는 내 단점'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뭔가 '다름'에서 비롯된 호기심 내지는 짜릿함이 깊은 관계에 별로 큰 공헌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