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입시명문사립정글고]
Date 2010.06.26
오늘 버스타고 집에 오는 도중에 우연히 (터치폰의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내 핸드폰을 통해서 네이버 웹툰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에 '입시명문사립정글고'라는 몇 번 들어보고 또 몇 번 본 적도 있는 웹툰이 있어 들어가게 되었는데 오는 내내 그것만 보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한 거였다. 어떤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정말 '아 진짜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라는 생각도 팍팍 들었고, 입시에 관해 정곡을 찌르는 에피소드를 볼 때엔 괜히 웹툰 제목에 '정글'이라는 원시적인 이름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어떤 에피소드를 보면 진짜 고등학교 때 저런 경우가 있었나 떠올리게 되었다.
예전에 종광이형이랑 다혜의 추천에 못이겨(?) 당시 파란닷컴에서 연재 중이던 '삼봉이발소'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인터넷으로 연재 만화 비스무레한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고, 나는 평소에 만화책조차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미 삼봉이발소는 완결이 웹툰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 둘이 그랬던 것처럼 하루만에 소위 정주행을 하고 말았다. 3시간여를 투자해서 삼봉이발소를 다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와닿는 게 많았다. 그에 비하면 입시명문사립정글고는 유머 위주의 단발성 에피소드 늘어놓음에 불과하지만 가끔 폐부를 찌르는 게 흡사 삼봉이발소를 보던 때를 생각나게 했다.
우리 나라와 핀란드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세계 1위를 다툰다고 하는데, 공부 환경이나 입시 및 학생 생활은 판이하게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 학생들이 훨씬 고생하며,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공부한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예를 운운하며 우리 나라 교육이 잘못되었다느니, 기득권의 교묘한 책략이라느니 하고 떠드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교육 환경도 결국 그 나라의 오랜 문화이자 환경의 산물이요, 관습이다. 36년간의 처절한 식민 역사와 분단에 따른 대혼란,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와 억제된 민주주의 사회 하에서 우리는 '앞서나가야 한다'는 일종의 헤게모니 하에서 숨막히게 살아오지 않았나. 근대적인 복지의 개념이 전무했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볼 때 핀란드의 교육 환경이 우리에게 적용되었다면 그것은 재앙이었을 것이 뻔하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경쟁 본위 교육 체제는 우리 지난 역사의 산물이고 결국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한국인의 모습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게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은 이 경쟁에서 승리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학교로부터, 교회로부터, 그리고 TV 및 언론매체들로부터 지독학게 학습 받아왔다. 남들보다 잘해서 좋은 대학가면 승리자인 것이고 경쟁에서 승리하여 돈을 많이 벌면 그 어느 곳보다도 살기 좋은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입시지옥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고등학생들도 다 아는 거 아닌가. 그런 것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 정글이란 단어가 아닌가 싶다.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이 정글같은 교육 환경은 언젠가는 필히 적법한 방법으로 개선되어야겠지만.
아무튼 앞으로 이 웹툰을 좀 자주 확인해 봐야겠다. 아참, 오늘 본 에피소드에서는 교복을 줄여 입은 ㅡ 속칭 '튜닝교복' ㅡ 학생에게 벌주는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공감. 진짜 걔네들 지금 와서 과거 자신들의 교복 입은 사진을 본다면 정말 창피하기 그지 없었을 거야, 응?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