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오늘 서울대에 붙은 두 학생이 모교인 신성고에 와서 구술면접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처음 얘기가 나왔을 예전부터 뭘 준비해야할 지 많이 고민했는데, 정작 실질적인 준비는 겨우 전전날에 되어서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술면접에 대해서 얘기할까 했지만 점점 얘기를 하려고 생각하다보니 결국은 여름방학 이후 수능 전까지의 공부에 대해서 간략히 얘기를 해주려는 마음을 굳혔다.
진환이는 지금 사회대, 나는 자연대. 두 사람이 각 계열에 대해 얘기해주면 고등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 거라고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1시간 반 가량 걸려 순서가 모두 끝났다. 내가 좀 말이 가끔 길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할 말은 다 하고 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문제를 같이 풀어보지 못했다거나 너무 강연식으로 진행된 것이 많이 아쉽기도 했다..
진환이는 구술면접에 대해서, 나는 그냥 얇고 넓게 (그리고 약간 지리하게;;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공부에 관해서 얘기를 해 줬다. 둘 다 각각 인문계 혹은 자연계만을 대상으로 할 얘기를 준비해왔던지라 한꺼번에 100명 가량의 문-이과학생들 전체에게 '강연'을 하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해서 솔직히 난감스러웠다.
진환이가 준비한 것과 내가 준비한 것은 많은 차이점이 있긴 했다. 물론 문과와 이과의 차이라서 그럴까. 면접이나 수능공부 스타일 등이 매우 달랐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학생들에게는 괜찮았을라나.
말이 나왔으니 얘긴데, 진환이는 정말 나와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내가 가끔 구박을 하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진환이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할 때에도 정말 계획적이었고 탄탄한 목표와 순서를 제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에 대해 논하자면, 글쎄. 그저 풀어야 할 문제집을 풀고, 가끔 화학을 더 공부하는 그런 정도였다.
진환이는 수업구분도 확실했다. 자신이 필요없다 생각한 과목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신의 공부를 했다. 하지만 나는 대입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민 윤리라든지 지구과학이라든지 이런 과목들도 그저 순진하게 공부해왔다.
진환이는 고등학교 때 노는 것도 탁월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뭐 건전하게 '즐긴' 셈이다. 또 진환이는 선생님께 확실히 무언가를 전달하고 요구하기도 했던 반면, 나는 왠만하면 순응하는 스타일이었다. 진환이는 개방적이고 자신을 과감하게 노출시키는 편이었지만 나는 기왕이면 얘기는 안 하고 남들이 알아볼 때 그제서야 드러내는 편이었다.
그리고 진환이는 현실적인 반면, 나는 약간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격인 듯하다. 그리고 진환이는 나보다 세상 돌아가는 건 더 잘 아는 것 같고 예리하게 집어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진환이나 나를 어떻게 생각하건간에, 하루이틀만에 문제집 하나를 뚝딱 해치우는 고 3때 진환이 모습을 생각하면, 많은 놀라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내가 공부하는 모습에서만큼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느낀 첫 친구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주아주 생기있고 즐길 건 확실히 즐길 줄 알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더욱 놀라움을 느꼈다.
물론 내가 진환이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역시 진환이 역시 날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고 2~3 때야 비로소 말을 많이 주고받게 되었고 우리가 어디서 따로 놀면서 지낸 적이 있었다기보다는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시험볼 때 같이 가고, 학교에서 가끔 갈굼을 받는 그런 정도로 지내왔다. 내가 모르는 진환이의 면은 분명 있으며 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진환이가 내게서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는 것을 늘 느낀다. 사람은 가끔 비슷한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정반대의 사람에게서는 호기심 내지는 경탄을 느끼는 것 같다. 난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와 정 다른 진환이가 싫지 않다. 엄청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알게 된 것이라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오늘 꼭 이 말을 다이어리에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