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은메달~! 금메달~!]
Date 2010.02.14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어제 개막했고, 대부분의 경기가 오전부터 이른 오후에 걸쳐 있어서 관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졸음이 쏟아지는 귀경길에 잘 안터지는 DMB로 경기를 보는 것은 여간 쉽지 않았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지난 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2박3일간 진해에 내려갔다 왔다. KTX 동반석을 어렵사리 구해서 나름 편하게 다녀왔는데,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몸을 움직이느라 피곤하기 그지 없었다. 진해에서 오랜만에 친척들을 뵙고 진해 제황산공원에 올라가 보았다.
아무튼, 오늘 KTX를 타기 전에 인터넷으로 밴쿠버 올림픽 공식 사이트 (www.vancouver2010.com)에서 확인해보니, 스키 점프 두 선수는 파이널 라운드 진출 실패였고,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승훈 선수가 오잉? 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는데, 그래서 혹시 경기 초반인가 했는데, 이미 경기는 시작된 지 2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 게다가 이승훈 선수의 경기 순번은 늦은 쪽이었다. 조금 있다보니 은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적잖이 놀랐다.
KTX를 타는 동안에는 쇼트트랙을 봤는데, 너끈하게 남자 1,500m에 모든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하는 것을 봤고, 여자 3,000m 계주도 결승에 진출하는 것을 지켜봤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TV를 틀어보니 남자 1,500m 결승전을 막 시작했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결승전! 아폴로 안톤 오노를 제치고 한국 선수가 나란히 1,2,3위를 달리고 있을 때 '설마 금은동 석권?'이라는 기대르 안 해 본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2, 3위가 뒤엉켜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파벌 문제와 다른 여타 쇼트트랙의 잡음의 중심에 서 있는 이호석 선수의 무리한 끼어들기가 문제였던 것으로 보였다. 심판 판독 결과 이호석 선수는 실격(disqualified) 처리가 되었고, 아무튼 이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땄으나 시원하지 못한, 정말 말 그대로 씁쓸한 그런 경기였다.
개인 종목은 철저히 개인 대결이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호석 선수는 우리나라의 '신성한 국가주의 스포츠 정신'을 건드린 괘씸죄로 인해 두고두고 씹히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과거 쇼트트랙 협회의 치부가 그에게 겹쳐지면서 온갖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 뻔하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안티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하고 싶지만, 어차피 쇼트트랙은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1달이 지나면 다 잊혀지게 되겠지. 아무튼 계주도 함께 뛰어야 하고, 남은 일정은 한참이나 길게 남았는데 단결력을 해치는 이와 관련된 슬픈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벌써 이정수 선수가 욕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것부터가 썩 유쾌하지 못하다.)
남은 2주간 동계 올림픽을 보느라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정신이 온통 거기에 쏠려 있을 것 같다. 음. 잘 했으면 좋겠다. 나도 나름 예전에 블루 히어로즈에 돈도 내서 회원티도 받아 보고 그랬었는데. 각자 원하는 것보다 조금 더 높은 것을 이루는 그런 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