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보스턴 시내에 있는 과학박물관(Museum of Science)에 갔다가 오랜만에 프루덴셜 타워 내 푸드 코트에서 파는 크램 차우더로 점심을 해결하고 싶어서 그린 라인을 타고 프루덴셜 역에 내려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가는 길목에 하인스 컨벤션 센터와 매리어트 호텔로 연결되는 사거리가 나타나는데 그 코너에 마이크로소프트 상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MS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ㅡ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던 ㅡ 태블릿 PC인 서피스(Surface)를 홍보 중이었다. 나는 윈도 오피스 프로그램을 즐겨 사용하고 특히 최근에 원노트를 이용하여 글을 쓰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아지게 되었기에 갤럭시탭보다는 차라리 서피스가 있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물론 노트북과 태블릿 사이의 애매한 상황에 있기는 하지만, 노트북도 별로고 태블릿도 별로인 상태에서는 차라리 그 애매한 위치가 더 낳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서피스를 $199에 판다는 파격 세일 조건이 붙었다. 예전에도 이렇게 가격을 낮춰 재고 털어버리기 행사를 진행한 걸로 알고 있지만, 추수감사절 다음날의 쇼핑날, 곧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학생 할인(-10%)까지 받아서 한국 돈으로 치면 2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 기기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잠시 고민을 했다. 지금 서피스는 2세대가 나왔고, RT과 Pro 중에서 RT는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 그런데 성능이 떨어지면 어떻고 1세대이면 어떤가? 어차피 태블릿을 그간 들고다니면서 느낀 건데, 데이터를 소비하는 것은 요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8인치 이상 크기가 되는 전자 기기들을 들고 다니는 데는 딱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전자책 및 논문 읽기, 그리고 두 번째는 오피스 작업이다. (놀랍게도 나는 태블릿 PC로 영상 감상이나 게임 및 오락을 즐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게 사람들이 서피스에 대해 불평하던 바를 내가 별로 개의치 않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갤럭시탭은 후자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제 구매한지 6년차를 바라보는 소니 노트북은 전자를 해결해 주지 못했고 전체적으로 너무 느렸다. 울트라북을 사려고 하니, 세상에 이 서피스가 20만원도 안 하는 가격이잖아!

 

그래서 샀다. 지금 일기장도 서피스로 쓰는 중이다. 키보드도 같이 하나 샀는데 이 정도 되면 거의 노트북 저리 가라할 상황이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학회 때 노트북이랑 태블릿 PC는 캐리어에 고이 모셔두고 서피스 요놈을 가지고 가면 될 것 같다. 아참. 이 태블릿 PC가 기특한 점 중의 하나는 바로 USB가 지원된다는 사실.

 

충동적인 구매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올해 초 올인원 PC를 윈도 8 계열의 운영체제로 돌리면서 윈도 태블릿 PC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꾸준히 했고, 요즘같이 MS 오피스를 엄청나게 쓰고 있는 적도 드물었으니까.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마음이 크게 움직이긴 했으나 ($150 할인된 가격이니 거의 절반 가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아무 문제 없이, 버벅거림 없이 가볍게 잘 돌아가고 있어서 대만족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