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대한항공 스타리그]
Date 2010.05.24


지난 토요일에 했던 2010 대한항공 스타리그. 그냥 재방송 경기 인터넷으로 한둘만 보고 내일 더 봐야지 이랬는데, 그만 다섯 경기를 내리 다 봤다. 정말 재미있었다. 경기 장소는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 심지어 무대 뒤에는 그 비싼 실제 비행기가 서 있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휴 기간임에도 찾아왔다. 세상에. 내가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리그를 본 게 예전에 투니버스에서 해줬던 거였는데, 벌써 몇 년이 지난거야?내가 기억하는 첫 스타리그는 그냥 스튜디오에서 녹화된 것이었는데. 정말 세상 많이 변했고 E-스포츠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우리 나라에서 정말 관광상품으로 육성시켜도 좋을 만큼 몰라보게 세련되어져 있었다. 물론 최근 승부조작등의 미비한 시스템으로 인한 파열음이 거세게 들리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간 심하게 일었던 거품을 다소 걷어내고 체제를 엄격히 확립한다면 해결될 문제일 것이다. 기억의 한구석에 남을 뻔했던 컴퓨터 패키지 게임이 이렇게 전국민이 즐길 스포츠로 만들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남들은 얻은 게 많다고 하지만 게임밖에 한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은 것도 너무 많다'라고 한 이영호의 말처럼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정말 불안정하고, 너무 짧으며, 그리고 은퇴 이후가 어두컴컴한 직업이다. 물론 일반 스포츠 선수들도 비슷한 고뇌를 겪게 되지만 그래도 그들은 체력과 돈벌이 수단을 고스란히 남기지 않는가?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저하된 시력과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만이 남을 뿐이다.

사실 아이폰의 등장이 앱스토어를 필두로 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일찌감치 우리 나라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그러한 일을 해냈다. 무려 아이폰의 등장보다 십수년이 빨랐다. 스타크래프트가 단순히 개인용 PC에 설치되어 개인이 각자 즐기는 게임으로 그치지 않고, PC방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최초로 만들었고, 결국 그것이 여러 게임방송들을 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 게임방송들과 여러 후원사들이 거대한 게임 리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돈의 규모는 매해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스타크래프트가 일구어 낸 E-스포츠의 역사인 셈이다.

정말 놀랍다. 나는 이렇게까지 규모가 커질 줄은 사실 몰랐다. 고등학교 때 워크래프트 3가 나오면서 스타크래프트가 시들해 질 거라고 마냥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스타크래프트는 왠지 배드민턴과 같다. 발흥지는 영국 식민지 치하의 인도였지만 현재 인도네시아의 국기이다. 아마 미국의 블리자드社도 처음에 스타크래프트를 발매했을 때 동아시아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사실 E-스포츠계가 걱정하는 것은 승부조작 문제가 아니라 스타크래프트2의 등장일 것이다. 뭐, 그래도 게임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게임을 하겠고,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은 언제나 멀리서 지켜 보겠지. 게임에 너무 몰두해서 자신의 꿈을 스스로 잘라버려서는 안 되겠지만, 더 이상 '그런 머리를 망치는 비디오 게임!!'이라고 윽박지르는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어린 날의 딱지치기나 인형놀이의 21세기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