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일본 여행 총평]
Date 2010.07.16


애석하게도 마지막날 묵은 호텔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아 글을 남기지 못해서 오늘에야 총평을 남긴다.

이번 가족 여행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패키지 여행이라는 것이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지나고 나니까 이만큼 편한 여행 방법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먹여줘, 재워줘, 보내줘, 뭐 하나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주된 손님층이 40~50대이다보니 일정도 심각하게 빡빡한 것도 아니라서 정말 편했다. 여기에는 규슈(九州) 지방의 불편한(?) 대중교통 문화도 한 몫 했는데,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별로 발달하지 않은 것 같은 이 도시들에서는 관광 버스를 타고 원하는 곳을 잘 가 주는 이런 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았나 싶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많이 먹고 정말 많이 잤다. 평소 먹는 것의 1.5배는 먹은 것 같고, 특히 저녁 식사가 정말 푸짐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특히 구마모토(熊本)에서는 '내가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먹어댔다. 그 결과, 체중은 내 인생의 최고점(61.5kg)을 찍어 온천에 들어가기 직전의 나를 경악(혹은 환호)케 했다. 잠은 또 어떤가, 하루 9시간 자는 것도 모자라 이동하는 동안 2시간씩은 꼭 더 잔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 '잠의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정말 휴식의 관점에서 이번 여행은 대성공이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규슈에서 가장 유명한 활화산인 아소(阿蘇)산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여행 기간 내내 마지막날을 제외하고 비가 내렸는데, 장마전선이 어째 북상 혹은 남하하지도 않고 계속 제주도에서 북규슈 지방 및 서일본 지역에 걸쳐 있는 바람에 피해를 좀 봤다. 첫날 NHK에서 해 주는 기상예보 방송을 보고 정말 뜨악했는데, 시퍼렇게 표현된 비구름이 우리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히로시마(廣島)에 산사태가 나는 등 일본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 이번 폭우로 인해 찌는 듯한 더위는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행 내내 우산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든지, 아소산의 분화구를 보지 못했다든지 하는 번거롭고 아쉬운 일들이 다소 있었다.

일본, 일본인, 그리고 일본어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높여 주게 한 여행이기도 했다. 우리 나라는 일본을 닮으려고 무진장 노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이제는 우리도 어느 정도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졌고 자긍심도 생겨서 탈(脫)일본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19세기 이후로 우리 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는 아직 미국이라기보다는 일본인 것 같다. 요즘 일본이 좀 휘청거리고 있어 그렇긴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고 과학강국이며 아시아의 성숙한 맹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잘 쉬었다.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규슈에서의 3박4일이었다. 다음에 일본을 더 방문하게 될 것 같은데, 그 때는 일본어 한 마디라도 좀 제대로 말해보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한 일본어는 딱 둘 뿐이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와 インタㅡネット(인터넷)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