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깅도사님께서 수련회 일정이 처음 7월 7일~9일로 잡혔다고 고지하셨을 때 아차 싶었다. 저 시기는 분명 나노소재 중간발표 기간과 겹치고 7월 초반이라 휴가를 쓰기에도 좀 민망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겨울수련회가 미흡한 준비와 대처 실패, 임원들의 부재로 인한 행동력 결여로 인해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여름수련회에는 나를 비롯한 임원들이 반드시 다 참여해햐 했다. 그런 면에서 7월 초는 사실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수님께서 7월 초에 (그것도 수련회 기간을 절묘하게 포함하여) 독일로 IRTG 미팅차 출장을 가시고, 휴가를 이틀 써 수련회 전일 참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아닌가 싶다.


수련회 전일 참석이 확정되자 저번 겨울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임원들의 회의 참여와 끊임없는 카카오톡 회의를 진행했다. 물론 실험과 미팅 등으로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난 몇 주만큼 임원들 사이의 의사 소통이 이렇게도 활발한 적이 없었다. 왜 예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다들 너무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대화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청년부를 잘 이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잃어버린 새가족들, 놓쳐버린 오랜만에 나온 사람들, 결국 다 열과 성을 다하지 못한 임원들의 책임일 뿐이다.


아무튼 나는 진형이와 함께 하루 일찍 (6일) 안양대에 들러 모든 음향 장비 및 시스템을 실어 (이번 수련회에서도 안양대의 찬양팀 '비파와 수금'이 우리의 찬양 시간을 주도하였다.) 수련회 장소인 대부도의 수양관으로 향했다. 내일 비가 엄청 올 것이라는 걸 예상이라도 하게 하려는 듯 날씨는 잔뜩 흐렸고 날은 어두컴컴했다. 새벽부터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대부도 도착이 자정이었는데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고 설치를 마치니 새벽 4시였다. 나는 모두들 일어날 걱정 전혀 하지 말고 그냥 푹 자라고 했다. 다음날 정오에 일어났다.


수련회 공식 일정은 7일 오후 2시부터였다. 12시 반쯤에 교회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1시 반쯤에 속속 도착하여 짐을 풀기 시작했고 드디어 개회예배가 시작됨으로써 2박3일간의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생각보다 잘 진행되었다. 전체 참석 인원이 47명 정도였는데 '비파와 수금' 팀을 제외하면 약 31명이 참석한 것이니 이 정도면 많은 사람들이 수련회장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둘째날 경건회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마음도 정돈되지 못해서 기도도 집중하여 하지 못했고 많이 혼란스러웠다. 맨 마지막에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때 비로소 기도의 문이 열렸다고 해야 하나, 정말 강도사님이 그 기도제목을 말씀하시는데 정말 간절한 마음이 갑자기 들면서 목소리 높여 주님께 나아갔다. 비장하고 구슬픈 분위기로 몰아가지도 않았는데 나라에 대한 생각이 들자 덜컥 눈물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아, 기도는 역시 내 뜻대로 하고자 하면 하고 쉬고자 하면 쉬는 게 아니구나.


그 외에 진행하고자 했던 순서들은 대체적으로 즐겁고 때로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받으며 진행되었다. 특히 갯벌에서 노는 것은 너무 재미있었는데 갯벌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양호해서 깔창과 양말을 모두 벗어버리고 뛰놀았다. 새로운 친구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도 있었고 신나게 수다를 떨 수도, 신나게 뛰며 찬양할 수도 있었다. 만들어 간 게임은 생각보다 즐겁게 다들 즐겨 주어 무척 고마웠고 물풍선 게임에서는 다들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다들 놀았다. 오전 특강을 통해 성경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집중하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비파와 수금' 아이들은 여전히 생기가 넘쳤고 그 모든 에너지를 찬양 시간에 다 쏟아부어 주었다. 열심을 다한 친구들과 리더였던 영민이에게 정말 고마웠다.


하도 여기저기서 회장님이라고 많이 불러 이제는 TV에서도 '회장님' 소리가 나오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사실 회장이라는 직위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맡을 수 있는 자리이며 사실 나같은 랩돌이보다 더 활동적이고 튀는 생각을 가지는 친구들이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원망의 마음도 많이 들었고 어서 이 자리를 떠넘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사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 없다.) 적어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서 청년부를 위해 일해야겠다. 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내가 군대가지 않고 이 청년부에 남아 7년의 생활 중 5년간 임원으로 봉사하게 된 것은 교회에 뜻을 두고 일하라는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그리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리 청년부는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