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펀드에 처음 가입한 건 2007년 가을. 한창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해서 너도나도 펀드에 목돈을 부어 넣어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열풍에 편승하던 때였다. 이미 때가 늦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도 뭔가 해야겠다 싶어서 거금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수익률이 제법 나서 무려 30% 까지 치고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 때가 바로 노무현 정권 말기였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펀드 수익률은 -40%까지 곤두박칠쳤고 급기야 이러다가는 진짜 제대로 쪽박을 차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다행히 수익률이 떨어지기 전에 펀드 하나는 10%의 이익을 남긴 채 재빨리 환매했으니 그 정도의 이익은 났지만 워낙 손해가 커서 상심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돈을 쉽게 얻기도, 잃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벌써 5년째이다. 그동안 펀드에 넣었던 돈 절반을 꺼내어 컴퓨터를 사고 태블릿 PC 를 사는 등의 지출에 투자했다. 이제 남아 있는 돈은 처음 펀드를 넣었던 돈의 1/4 수준이다. 수익률은 오늘 보니까 2% 정도 남짓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5년간 착실히 정기적금이나 들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게 더 수익률이 높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중도에 환매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2012년 7월이 만기인데 그 때 연락이 또 오긴 하겠지만 아마도 그 때 모든 계약을 종료하고 지금까지 넣었던 돈을 다시 돌려받게 될 것 같다. 아마 수수료를 더 떼이면 사실상 수익률은 0%가 될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나는 펀드에 돈을 넣어둔 것이 '허튼 데 쓰지 않으려고 항아리에 묻어놓은 것'과 같았던 것이다. 뭐 그것도 상관 없다. 당장 돈이 있었다면 이것저것 사는 데 허비했을 테니 말이다.


앞으로 펀드를 더 하겠냐는 물음에는 단호히 No 라고 말하고 싶다. 주식도, 채권도, MMA니 뭐니 이런 것도 다 이젠 없다. 그냥 착실히 예금/적금 이런 상품만 믿고 가야겠다. 내 성향을 보건대 매일같이 돈의 흐름을 보느라 신경 쓰는 것도 못할 노릇이고 그냥 안전하게 그리고 신경 안 쓰고 꾸준히 넣어놓고 잊어버리는 게 더 속 편한 일이다. 어차피 이쪽 놀이는 모두 제로섬(zero sum) 아닌가?


아, 그런데 알리안츠에 가입해서 5년째 쏟아넣고 있는 보험은 좀 큰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누가 좀 속 시원히 이 일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는데 ㅠㅠ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