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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동안 원주에서 참 많이도 먹고 마시고 잤다. 그냥 부모님 계신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뭐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일수록 만나게 되면 별 일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법이다. 우리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가족과 무엇을 하나요? 밥 먹고, 술 마시고, TV 보고, 수다 떨고, 산책 하고, 잠 자고.. 이런 거 아니겠는지요.
늘 막연하게만 우리 가족이 언젠가는 각자 다 떨어져서 살게 되리라고 생각했으나 그러한 현실은 정말 급작스럽게 닥쳤다. 당장 2016년 2월 한 달만 해도 아버지는 알마티에, 어머니는 원주에, 나는 서울에, 안나는 시흥에 살고 있었으니 몇년 전만 해도 박달동에서 함께 살던 우리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나이는 먹어가는만큼 우리들의 생활 터전과, 거기서 살아가는 모습도 계속 '분절적이고도 불연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예상대로 여름에 내가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면 이 또한 큰 변화의 이벤트인 셈이다. 사실 아버지께서 남아공 발령이 났던 2006년 이후로 우리는 이같은 '갈라진 삶'을 일찍부터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뭐 이게 충격적이라든지 슬프다든지 한 것은 아닌데,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스며든 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말처럼 이전보다 멀리 떨어져서 살게되면 유대감은 다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나나 안나 역시 자기 삶이 더욱 치열해질 때이니만큼 부모님과 소통할 수 있는 시공간적 여유가 훨씬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저항할 수 없는 숙명적인 인간살이의 단계라고들 할지라도 조금은 더 마음을 열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 삶의 최고의 친구는 나 자신이고, 그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일진대, 그 사람들 중에 가족은 언제나 수위에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날 낳아주신 부모님으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 이해하려는 마음이 전보다 부쩍 든 것을 보면 말이다. 동생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