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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졸업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격식을 갖춘 영문 이메일을 쓰는 경우가 점차 늘어났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격식을 갖춘 영문 편지를 다뤄야 했던 때는 첫 연구 논문을 제출할 때였는데, 당시에는 교수님이 쓰셨던 cover letter를 첨부해서 시스템에 투고(投稿)했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내가 cover letter를 쓰기 시작했고, 논문 투고, 출판 및 수정뿐 아니라 리뷰까지 하게 되면서 점차 다양한 형식의 편지를 써야 했다. 그뿐 아니라 학회와 관련한 질의 및 응답을 위해서도 영문으로 쓴 메일이 오가야 했다. 이 때 교수님으로부터 참 많이 배웠던 것이 영문으로 쓰여진 글에서 발신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었다. 흔히 한국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영문의 편짓글을 마치 수능 문제 지문 읽듯히 독해(讀解)하려 든다는 것인데, 명백한 문장 구조와 명확한 뜻을 가지는 단어 선택, 그리고 적절한 문장의 배치를 통해 드러나는 논리를 통해 단정적으로 해석 가능한 수능 문제에 비해, 편짓글은 쉬이 드러나지 않는 이면(裏面)의 논리를 파악해야만 알맞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답변을 할 수 있으므로 편짓글을 읽고 쓸 때에는 이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교수님의 지론(持論)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특히 글이 아닌 말의 영역을 논하자면, 이것은 달성 불가능한 수준이리라.)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영문 이메일을 많이 쓰는 시기는 바로 최근 1년이다.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많은 PI들에게 메일을 보내야 했고, PI의 성격과 연구 주제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바뀌어야 했다. 또한 미네소타 대학행(行)이 확정된 지금도 그쪽 교수님과 학과 직원과 연락할 일이 있으므로 여전히 영문으로 메일을 써야 한다. 아까도 막 내 비자 관련된 상황을 문의하기 위해 학과 직원 분에게 짧은 영문 이메일을 썼다.
처음에는 영문으로 된 편짓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맺어야 하는지 몰라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자주 편지를 보내다보니 요즘은 그래도 비교적 수월해졌다. 역시 글쓰기는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수십 통의 영문 편짓글을 쓰다 보니 예전에 비하면 익숙해진 나만의 편짓글 형식이 생겼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은 대학원에 처음 들어와 국문으로 된 이메일을 자주 쓰면서 경험하게 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형식 뿐 아니라 표현도 마찬가지이다. 논문 작성과는 또다른 영작(英作)의 세계이다. 여러 번 쓰다보니 내가 선호하는 그런 편짓글 문장 형식이 생겨났다. 그리고 좀 더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다보니 편짓글을 쓰면서 내 느낌을 충실하게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사(副詞)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전치사(前置詞)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간결하고 명쾌하지만 어법에 틀리지 않는 문장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지금은 편짓글 작성을 위해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표현이 진짜 영미권에서도 쓰이는 표현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구글링을 해보지만, 그리고 웬만하면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대체하여 활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어려운 고급 문장도 손끝에서 술술 나올 수 있어야 하겠다.
생각해보니 DELE 시험 준비를 위해 스페인어 편짓글도 여남은 번 써 보았지. 그러고보면 결국 모든 외국어 공부는 이와 같은 반복 훈련, 그리고 뒤따라오는 내 것같은 익숙함을 기초로 하는 것일테다. 외국어로 무언가를 쓰는 일이 더욱 많아졌으면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