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하이 홍차오 국제공항의 B11 탑승구 대기석에 앉아있다. 푸둥 공항에서 3일짜기 환승 비자를 발급받고 나온 게 오전 8시쯤이었으니 6시간 정도 남짓 아주 짧게 상하이를 '관통'한 것이다. 작년에 완공되어 올해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상하이타워의 전망대에 올라가서 30분 남짓 상하이의 전경을 아찔하게 감상하고, 국제금융센터에 있는 음식점에서 사오롱바오를 먹은 게 전부였다. 좀 더 시간을 내면 상하이의 다른 명소를 찾아갈 수 있었겠지만, 덥고 습한 날씨에 샤워도 못한 채 계속 땀을 흘려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어서 그냥 공항에 일찍 왔다. 물론 시차 적응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시를 마구 활보하기에는 나이가 이미 많이 들었다는 점도 이른 여행 종료에 한 몫 했다는 걸 애써 부인하진 않겠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상하이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도시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대한 도시집단이자 중국의 굴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도시가 아닌가 싶다. 내가 이번에 오른 상하이 타워는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마천루로 높이가 600 m 가 넘는다. 하긴 12년 전에 베이징을 갔을 때에도 이와 같은 대륙다운 큰 규모에 놀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큰 규모에 더하여 고급진 세련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지하철과 공항, 건물의 화장실에서 나는 중국이 소위 '민도가 낮은 짱깨 족속의 후진국'이란 말은 이미 아득한 옛말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거리를 다니면서 든 공포스런 생각은 오직 하나: "대한민국이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곤고했던 옛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르겠다."
다만 영어가 너무나도 안 통하는 점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 과거에 배웠던 중국어를 가끔 사용하면서 질문도 하고 답변도 했는데, 역시나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설명을 이해못하겠다는 것. 중국 여행을 계획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할 부분이겠다.
곧 타게 될 상해항공의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내리면 바로 목욕탕부터 가고 싶다. 씻고 싶다. 아주 깨끗하게! 그리고나서 밤에 잠을 푹 자면 원이 없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