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미네소타 대학의 화학과 및 화공재료공학과에서 고분자 관련 연구실 교수 및 학생들이 모여 간단하게 맥주 및 간식을 먹는 시간을 가졌는데 거기서 Ellison 교수는 먼저 자리를 뜨면서 내게 'See you next Monday'라고 말해주었다. 어차피 나는 행정상 현재 미네소타 대학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주말에 학교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권한조차 없는 상황. 그래서 나는 어제 호텔에 돌아와서 내일은 미니애폴리스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니까 학교 갈 생각같은 건 접어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자고 마음 먹은 뒤 편히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든든히 먹은 뒤 내가 향한 곳은 미니애폴리스의 성공회 교회들이었다. 처음에 간 곳은 미네소타 대학 근처에 있는 성 안스카(St. Anskar) 교회였는데 대학 침롁회와 건물을 같이 쓰는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회 앞뜰에 박아 놓은 , 세상에 평화를 바란다는 문구를 각 면에 다양한 언어로 적어놓은 긴 육면체 말뚝과 더불어 높은 데서 나부끼는 6색 무지개 깃발 ㅡ 성소수자의 상징 ㅡ 이었다. 성 안스카 교회를 지나 한참 걷다보니 비가 무척 많이 와서 우산을 썼지만 신발과 양말이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미니애폴리스의 역사적인 건축물인 스톤 아치 브릿지(Stone Arch Bridge)를 지나면서 거대하게 쏟아지는 성 안토니 폭포(St. Anthony fall)를 보았고, 계속 그 길을 따라 죽 내려가다가 역시 오래된 역사적인 건축물인 게쎄마네(Getsemane) 교회에 다다랐다. 게쎄마네 교회는 미네소타 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 성공회 교회라고 했다. 의아했지만 여기에도 6색 무지개색 표식이 있었다.


더 이상 걷기는 부담스러워서 19번 버스를 탄 뒤 6번으로 갈아타서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로 이동했다. 입장료를 내고나서 우선 윗층에 있는 카페로 급히 올라가 허기진 배부터 채웠다. 정신없이 샌드위치와 감자 튀김을 먹으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거의 2시간동안 여러 전시실을 돌며 미술품 감상을 했다. 워커 아트 센터의 전시품은 대부분 현대작가들의 작품으로, 다양한 비디오 예술품, 사진,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호텔로 돌아오기 전에 미네소타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라고 할 수 있는 성 마크(St. Mark) 성당에 가보았다. 종소리는 들리지만 성당 문은 굳게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미네소타 교구 주교좌 성당은 서울 교구 주교좌 성당모다는 조금 커 보였지만 뭐 그렇게 거대하거나 웅장하지 않았다. 마침 공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로마 가톨릭 대성당이 있어서 더욱 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 내일 감사성찬례는 게쎄마네 교회에서 드리게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의 여정은 미니애폴리스의 대중 교통에 익숙해 지는 좋은 기회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