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의 '잡설노트'에도 고해성사와 같은 글을 올리긴 했지만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기가 빠지고 축 처진다. 아직 낱낱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대충 가늠이 되는 한도 내에서 종합해보면 도저히 믿기 힘든 그림이 그려지는데, 내가 대한민국을 병들게 한 원흉이 아닌가, 나야말로 대한민국을 수렁에 빠뜨리는 데 일조한 악인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상당하다.


나는 총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보통 진보 정당 인사에게 표를 던졌지만 적어도 대선에서는 모두 보수 정당 인사에게 표를 행사했다. 그 결과 목도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수식어였다. 어쭙잖은 논리로 나의 투표를 정당화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가장 안 좋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국기가 문란해지고 정계 및 재계가 한통속으로 썩어문드러진 대한민국의 이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는데, 내가 무슨 정신으로 여전히 새누리당에게 긍정의 시선을 보낼 수 있겠는가. 비록 지난 9년간 나는 아무런 사회적 어려움 없이 살아왔지만 부패한 사회의 단물을 빨아먹으며, 그리고 그들에게 동조하며 살아온 것만 같은 자괴감마저 든다.


이번 사건으로 나는 정말 큰 충격에 빠졌다. 2013년에 스스로 느낀 바가 있어 SNS에서는 절대로 정치 관련된 화제를 다루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계정까지 완벽하게 삭제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에서조차도 다시는 그 누구와 그 어느 곳에서도 정치와 관련하여 논리를 드세우며 왈가왈부하지 않을 작정이다. 대신 투표든 기부든 혹은 훗날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정치적 행동으로든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내 과오를 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내가 잘못했고 수치스러운 짓을 저지른 것이다. 나 스스로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실로 멍청한 짓들을 저질러 온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