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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부 인간관계의 특성상 소수의 사람 이외에는 일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지라 A는, 그저 '화학부 05학번'이라는 공통점만 남아 있는, 서먹서먹한 관계였다. 주변을 통해서 가뭄에 콩나듯 소식을 듣고 별 감흥없이 '아, 그렇구나.' 라고 대꾸할 만한 그런 관계랄까. 그런데 내가 미국으로 나오기 전, A가 석사 졸업 및 취직 후 얼마 되지 않아 심각한 병에 걸려 매우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병세가 그렇게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니까 차츰 회복될 것이라고 간단히 넘겨 짚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하지 못했나보다. 내가 출국한지 얼마 안되어 그녀는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나이 서른 하나. 이제 막 사회에서 무언가를 진행할 이 시기에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급히 한국과 미국에 있는 학부 동기에게 연락을 해 보았더니 발인이 끝난 뒤 바로 알았다는 사람, 그 이후에 단체 카톡방 공지로 알았다는 사람, 여태 몰랐다는 사람 다 제각각이었다. 확실한 것은 우리 동기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혹시라도 그가 하늘에서 내 생각을 엿볼 기회를 가진다해도 크게 실망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 공유하는 게 적은 남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공부하고 같은 숙제를 하며 같은 공간에서 꿈을 키워나갔던 어떤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등졌다니 참 허탄한 마음이 드는 것은 감출 길이 없다. 왜 그리 빠르게 그는 하늘 가는 길을 재촉한 것인가. 꼭 그런 일이 그에게 일어나야만 했는가. 우리에게 이러한 일이 급작스럽게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일상을 넘어선 것들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