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ison 교수님 실험실의 일부는 Cheng 교수님 실험실과 공유하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포닥인 Leomardo가 알고보니 페루 리마(Lima) 출신이었다. 조금 다를 줄 아는 스페인어로 몇 마디 했더니 급속도로 친해져서 우리는 매일같이 하루에 몇번씩이나 스페인어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영어로 대화할 때 보다는 덜 부드럽게 진행된다. 그래도 그는 큰 인내심을 가지고 내 말을 기다려주고 심지어 친절하게 내 짧은 스페인어를 교정까지 해주는데, 자기 말에 의하면 자기가 지금까지 만난 한국인들 중에서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어제 메일이 와서 열어보니 그가 나를 오늘 있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는 것이었다. 나야 오늘 저녁에 따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고, 가는 길에 맥주를 조금 사 갔다. 부인이 칠레 사람인데 연말을 맞아서 그가 잠깐 미니애폴리스로 왔고, 부부가 함께 있는 동안 그의 연구실에서 같이 일하는 포닥과 나를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데가!


버스를 타고 눈이 내리는 거리를 지나 그의 집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그의 집으로 들어섰다 준비된 음식은 페루 음식으로 약간 맵게 양념된 닭고기를 밥과 함께 먹는 Ají de Gallinas 라는 음식이었다. 매콤한 치킨 카레같은 느낌이었는데 밥을 한 번 더 받아 비울 정도였다. 함께 곁들여 먹었던 적포도주와 민트 차도 일품이었다. 그리고 거기 모여 있던 다섯명의 어른들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미국에 사는 미국인과  미국에서는 난민과 미국에 사는 한국인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 3시간 정도 그렇게 밥을 먹고 이야기를 않으니 슬슬 시간이 다 되어 모임은 파했고, Leonardo 는 나를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조금 돌아 가야 하지만 자가용을 몰면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그런 가까운 거리에 우리 집이 있었다. 스페인어로 작동되는 내비게이션의 신기함을 느끼던 찰나 벌써 우리 집에 도착헸고, 난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연신 스페인어로 말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미국에 와서 내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로부터 겪은 불이익 혹은 수치(?)가 더러 있었지만, 내 짧은 스페인어 실력은 오히려 주변에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호의를 받게 해 주었다. Leonardo가 칠레의 산티아고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어 이제 얼마 안있으면 미국을 떠나 가겠지만, 그전까지 그와 더욱 더 활발하게 스페인어로 대화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익혀왔던 이 언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아무튼 오늘도 참으로 감사할만한 그런 저녁 식사자리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