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sulfuric acid)와 과산화수소수(hydrogen peroxide)를 일정 비율로 섞은 것을 피라냐(Piranha) 용액이라고 부르는데 굉장히 강한 산화성 물질이 생성되면서 용액 내부에 있는 물질들을 죄다 산화시켜 제거해버리는 특성이 있다 ― 괜히 육식성 생선인 피라냐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보통 Si 웨이퍼같은 물질의 표면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동시에 친수성(hydrophilicity)을 가질 수 있도록 피라냐 용액 처리를 하는데, 고분자 박막 제조 시 기판 표면에 있는 이물질 혹은 유기물의 존재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준다.


지난주부터 실험실에 연구 참여를 하는 학부생 한 명을 맡아서 이런 저런 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오늘은 고분자 스핀 코팅을 위한 Si 기판 전처리 과정인 바로 이 피라냐 처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워낙 말이 많은 나는 이번에도 쉴새없이 떠들어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너 기독교인이니?" / "네."

"오 잘 됐네. 성찬례 때를 생각해보자구. 신부님이 웨이퍼(wafer) ― 서방 교회 성찬례 때 쓰이는 발효되지 않은 얇은 빵 ― 를 반으로 쪼개잖아. 그러는 것처럼 우리도 이 실리콘 웨이퍼(wafer) ―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얇은 판이다. 일종의 언어 유희인 셈. ― 를 반으로 쪼갤 거야." / "(말없이 큭큭댐)"

"좋아. 이제 빵이 준비되었으니 포도주를 준비해 보자구. 신부님이 컵에다가 와인이랑 물을 섞듯이 우리도 화학적으로 서로 다른 두 액체를 비커에다가 섞을 거야. 아, 와인이랑 물을 섞진 않을 거고 우리는 황산이랑 과산화수소수를 3:1의 부피비로 섞을 거야." / "(또 말없이 큭큭댐)"

"기도합시다(let us pray)." / "(뭐지??)"

"그러니까 Si 기판 위에 스핀코팅할 고분자 샘플이 있으면 이 피라냐 처리 과정을 따라 하면 돼, 알겠지?" / "네."

"그리고 나를 기념하여 이 일을 행하라(do this for the remembrance of me)." / "(뭐야.. 이 사람 이상해..)"


하루만 잠시 미니애폴리스의 Amundson Hall의 (정신 나간) 화학 사제가 된 셈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