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대학 화학과/화공과 한국인 모임을 통해 책을 한 권 빌려 보게 되었는데, 지난해 맨부커 상 수상으로 가장 유명세를 치렀던 작가 한강(韓江)의 『채식주의자』였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국문소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 심지어 소설 자체를 가장 최근에 읽었던 것이 언제였던지 잘 모르겠다. ― 소설을 가까이 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상을 타는 바람에 워낙 유명해진 책이었던 터라 이 기회에 한 번 빌려 읽어보게 되었다. 마침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의 『부분과 전체』도 다 읽어가던 시점이었는지라 독서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일단 굉장히 흡인력(吸引力)이 있는 이야기였다. 도저히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의 수난사(受難史)였지만, 작가의 묘사, 그리고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연작 소설의 전반을 궤뚫는 '작가의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딱 잡아내기가 무척 힘겨웠는데, 사실 소설에서 그려진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힘겹기도 했다.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주인공의 이런 생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난감함과 당혹감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는 와중에도 페이지를 열심히 넘겨대는 나 자신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문득 이 세상 사는 동안 몇 편의 소설을 더 읽어보게 될 것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노년에 독서에 큰 취미를 들이지 않는 이상 최근의 경향을 미루어 추정하건대 50편 정도 되려나 싶었다. 세상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소설만 해도 엄청날텐데 말이다. 아마도 『채식주의자』처럼 화제가 된 책들만 골라서 읽게 되겠지. 아, 물론 과학 논문도 줄거리가 있는 소설이라고 넓게 봐준다면 나도 굉장히 독서를 열심히 하는 사람... 이라고 말하기엔 요즘 그 소설들을 너무 못 읽었네 참...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