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새 앨범인 '팔레트(Palette)'를 들어봤는데, 전 정규 앨범인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보다는 확실히 흥겨운 재미는 없다. 하지만 아이유가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자기 얘기, 자기 목소리를 담으려고 엄청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향은 대중과 정면으로 부딪혔던 2년 전 미니 앨범인 '챗셔(Chat-Shire)의 타이틀곡인 '스물셋'에서 잠깐 느껴졌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챗셔' 출시 이후 워낙 많은 (험한) 말들이 오갔던 것을 고려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그 때에 비하면 곡조나 가사 면에서 다소 차분하다는 인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십년이 지나도 '좋은 날'을 부르며 삼단고음을 올리던 어린 여동생 아이유를 머릿 속에 각인시켜놓고 그리워하겠지만, 사실 아이유는 그 유치한 이미지를 뛰어넘는 재능있고 성숙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연기자이다. 대부분은 아이유가 아주 착하고 순수한 천사이길 바라지만, 실제로 아이유는 그냥 여느 20대 대한민국 여성과 다르지 않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그 과거 아이유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 생각보다 굉장히 거대하고 끈덕지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것임에도 '아이유는 영악하다' 뭐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아이유만큼 실상과 허상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나 크고 막대한 연예인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대중의 멍청함에 짜증이 날법도 했을 테니 지난 번에는 사람들에게 "어느쪽이게ㅡ?"하고 (대놓고 조롱하듯)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날 좋아하는 걸 알아', 혹은 '날 미워하는 걸 알아'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이유도 이젠 대중의 심리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틀곡 '팔레트'에서는 'I'm twenty five'라는 가사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의 자신과는 좀 더 다른, 성숙해진 스물 다섯의 아이유라는 것을 청자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했을테니 말이다.


나이가 들다보면 자기가 속한 이 멍청하고 우둔한 공동체를 향해 '빼액!' 소리를 지를 때가 있긴 하다.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구성원들을 받아들이고 보듬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상황도 논리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되 다만 시선이 너그러워진 것일뿐. 네가 멍청한 건 내가 고칠 수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사실 나도 너와 성격만 다른 멍청이인 것을. '팔레트'를 돌려듣다보니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I'm thirty two'의 넋두리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