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이를 닦다가 뭔가 평소와는 다른 어색한 느낌이 들길래 손가락으로 오른쪽 윗 어금니를 더듬어보았다. 아침에 먹은 빵이 어금니 뒤쪽에 눌러붙었나 싶어서 손톱으로 툭툭 건드려보는데 잇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1.9초 정도 지난 뒤에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것은 사랑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치과에서 정기 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X-ray을 찍었는데 나는 위 아래 모두 네 개의 사랑니를 다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에 있는 사랑니 둘은 수직하게 형성되어 있는데 반해 아래 사랑니 둘은 수평하게 생겨먹어서 나중에 고생 꽤나 할 것 같아 보였다. 그때만 해도 모든 사랑니들이 잇몸 속에 파묻혀 있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는데 오늘 비로소 네 개의 사랑니 중 하나가 잇몸을 뚫고 나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이 서른 둘에 드디어 사랑니의 존재를 보고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염증이 생기거나 썩는 문제가 없다면, 그리고 반대편 잇몸에 상처를 주는 정도로 사랑니가 크지 않다면 굳이 사랑니를 뽑을 필요는 없다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혹여나 불편함을 느껴 사랑니를 뽑아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에서 뽑지 말고 한국에서 뽑는 것이 훨씬 낫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치(拔齒)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니 지금으로서는 이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관망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 사랑니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아주 천천히 자라나서 남은 여생의 고락(苦樂)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