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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재빨리 인터넷으로 미니애폴리스에서 영업하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 업체를 검색해보았다. 찾아보니 St. Croix 라는 업체가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업체인 것 같았다. 역시나 집 근처에는 이 업체 지점이 없었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University Avenue 에 있는 지점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점원 왈, 드라이클리닝을 원한다면 직접 옷을 가지고 지점에 와야 하며, 세탁이 끝나면 안내문자를 발송할 것이며, 내가 그 옷들을 가지러 그 장소에 다시 와야 한단다. 하긴, 한국처럼 '세탁~'을 외치며 아파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아주머니가 없으니 손님이 직접 왔다갔다하는 것이 맞긴 하겠지만, 차 없는 뚜벅이로서는 이거 참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드라이클리닝 맡길 옷을 추려 보니 총 다섯 벌이었다. 처음엔 이 옷들의 부피나 무게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세탁소에 가면 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박스에 옷들을 차곡차곡 쌓아보니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도 않고 부피도 그리 크지 않은 게 아닌가. 이에 '이 정도면 직접 가지고 갈 수 있겠는데?' 하는 쓸데없는 근검절약정신이 발동했다. 그래서 아침에 학교갈 때 아예 박스를 가지고 나왔고, 퇴근할 때 그 박스를 그대로 들고 세탁소까지 직접 걸어 갔다.
하지만 이것은 큰 실수였다. 일단 오늘은 미니애폴리스가 최고로 더웠던 날이었다 (저녁 6시가 넘었음에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렸다.) 게다가 어제 오늘 비가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습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한국의 초여름같은 날씨 속에서 수십 분 걷다보니 '내가 이 날씨에 이 먼 거리를 걸어가겠노라고 호기롭게 정신 나간 결정을 내렸구나.' , '차라리 버스를 탈 걸 그랬나, 아니면 리프트(Lyft)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걸 그랬나.' 등등 온갖 후회와 아쉬움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걷기를 삼십여 분. 드디어 세탁소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서 먼저 간단한 등록 절차가 진행되었고, 점원은 첫 서비스 기념 $5 에누리 혜택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벌당 드라이클리닝 금액이 $15 정도였기 때문에 그 정도 에누리는 뭐 새발의 피였다. 그런데 점원이 옷을 하나하나 세다가 트렌치 코트를 보자 하는 말이 매우 충격이었다: 트렌치 코트에 딸려 있는 벨트는 개별 의류로 취급해서 세탁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뭐? 그 조그만 벨트를 옷 한 벌로 쳐서 $15를 다 받아내겠다고? 그래서 내가 맡긴 드라이클리닝 옷은 다섯 벌이 아닌 일곱 벌이 되었다 ― 이번에는 벨트도 좀 더러워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했지만 다음에는 벨트는 빼고 가져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져간 옷 중 하나가 다운 점퍼였는데, 점원 아가씨는 다운 점퍼 세탁은 시간이 더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 사실 무슨 이유에서 더 오래 걸리는 지 설명을 해 주긴 했으나 뭔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5월 19일이 아닌 26일에야 세탁물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이 옷들은 향후 최소 5개월간 입을 일이 없으니 빠른 세탁이 긴요한 것은 아니긴 했지만... 세상에, 드라이클리닝에 열흘이나 걸리다니. 결제는 세탁물을 회수하는 26일에 진행된다고 했으며 'see you'와 'thank you'라는 말로 세탁 점원과의 거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편 University Ave. 에 있는 St. Croix 세탁소는 Lunds 라는 대형 마트 안에 있었다. 오는 길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갈증이 퍽 났던 터라 세탁 점원과의 딜이 끝난 이후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물을 한 통 사서 말 그대로 '들이켰다.' 그리고 집까지 걸어가기는 도저히 너무너무 싫어서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기어이 찾아내어 2번 버스를 타고 집 근처까지 아주 편안하고 시원하게 올 수 있었다. 오면서 내내 든 생각은 '세탁소 갈 때 진작에 2번 버스를 타고 갔으면 이런 생고생 안 해도 됐는데 아이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