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목요일에 연구실에서 밤을 샜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새벽 늦게까지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덕분인지 다음날 있었던 미팅에서 굉장한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기분은 좋았지만 몸이 느끼는 피로는 어마어마했다 ― 나이 서른도 거뜬히 밤을 샐 수 있으나 후폭풍이 다만 무서울 뿐이다. 그렇게 주중에 너무 피곤하게 몸을 굴린 탓인지 오늘 아침엔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토요일인 오늘도 학교에 가서 몇 가지 간단한 실험들을 진행해야 했으나 그냥 집밖을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주중에 얼마나 불안정한 삶을 살았는가를 확인하려면 냉장고를 보면 된다. 실험하느라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면, 지난 주말에 산 식재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문드러지기 직전의 아보카도를 과카몰리로 만들어놓고 베이글에 발라 먹었다. 꽝꽝 얼린 고기를 해동시켜서 먹었다.


오후 들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집안일을 하고나니 좀 피곤하기에 낮잠을 잤다. 생각해보니 근래에 이렇게 빈둥거리며 보낸 주말이 없었다. 뭐 하루쯤은 이렇게 보내도 괜찮겠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