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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행은 내일부터 시작될 듯 하다. 지난 사흘간은 관광과는 전혀 상관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항상 먹고 쉬고 먹고 쉬고 아주 편하게 무위도식하며 지냈다. 물론 집안에서만 머물며 지낸 것은 결코 아니다. 과테말라에서 아주 널리 알려진 패스트푸드점인 '포요 캄페로(Pollo Campero)'도 가보았고, 차를 타고 거리를 둘러보며 과테말라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또 과테말라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하시는 외사촌의 외삼촌들 ― 외숙모의 남동생들이다. ― 과 그분들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밥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하도 먹어대서 분명 체중이 늘었을 것이다. 피둥피둥 살찌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해보면, 외삼촌이 아니었다면 과테말라라는 나라는 내 인식 체계 속에서 그저 낯설기만 한 중남미의 어떤 한 나라로만 영원히 남았을 것이다. 스페인어에 관심이 있던 나조차도 과테말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정확하게 잘 몰랐던 것을 생각해보면... (참고로 과테말라는 멕시코 바로 아래에 붙어있고 국토의 서부는 태평양에, 동부는 대서양에 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수천 명이 되고 전성기에는 만 명을 훌쩍 넘었다고 하니 이 나라가 '한인 세계의 오지'인 것은 결코 아니다. 심지어 한국의 치킨 브랜드인 '본스 치킨'이 이곳 시우다드에 진출해있는 걸 보면 한인들의 시장과 경제력이 결코 뒤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과테말라는 여전히 알쏭달쏭한 나라이다. 특히 대형마트든 구멍가게든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점포 앞에는 총으로 무장 경비업체 직원이 근무를 서고 있는데, 이걸 보노라면 과거 남아공의 프리토리아나 요하네스버그의 치안 수준이 이곳보다 혹시 더 좋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연식이 오래되어 그런지 달릴때마다 매연을 시커멓게 뿜어대는 버스들, 그 버스 문에 곡예사처럼 매달려 승객의 승하차를 돕는 직원들, 차량 뒤쪽의 짐칸에 앉아서 이동하는 어린이들, 자동차 사이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보면 시우다드의 도로는 복마전(伏魔殿)이 따로 없다. 사실상 미국에게 종속당한 시장과 산업, 위쪽 멕시코와 저 아래쪽 파나마로부터 침투하는 마약산업의 그림자. 신장은 작지만 인상은 멋져 보이는 과테말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도시를 뒤덮는 스페인어. 모든 것들이 내겐 호기심으로 가득한 미지의 동네이다. 대체 이 나라의 문화란 무엇인가?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일까?
내겐 라틴아메리카 첫 경험이 될 과테말라의 일주일.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먹으며 이곳을 더욱 친숙한 나라로 만들어 가야겠다. 물론 오랜만에 뵙는 외삼촌 가족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도 충분히 취하고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