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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료공학부 부설 공동기기원에 설치되어있던 XRD 장치로는 대체로 결정 격자의 간격이 길어봐야 3 nm 이하인 수준인 경우에 분석이 가능했으며 내가 제조했던 이산화 타이타늄이라든지 산화아연, 그리고 산화 그래핀 분말이 주요 분석 대상이었다. 문제는 내가 당시에 주로 다루던 물질은 반복구조의 간격이 훨씬 큰 수십 nm 수준인 블록공중합체(block copolymer)라는 사실. 광선이 산란되는 격자면의 간격(d)과 회절 각도(θ)의 사인(sine)값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블록공중합체가 형성하는 반복구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XRD 분석을 시행하되 굉장히 작은 각도에서의 회절을 측정해야 했다. 이와 같이 3˚ 이내의 산란각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을 X선소각산란(small-angle x-ray scattering, SAXS) 분석법이라고 한다. [반대로 그 이상의 산란각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은 X선광각산란(wide-angle x-ray scattering, WAXS)라고 한다.] 아쉽게도 서울대에는 이러한 SAXS 분석에 최적화된 X선 분석장치가 없었다. 물론 포항에 있는 가속기연구소에서 품질 좋은 X선을 이용하여 SAXS 분석을 할 수 있었으나 접근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내 연구 주제 하에서 SAXS 분석이 반드시 진행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박사과정 동안 SAXS 분석을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게 이번 한 주는 굉장히 특별했다. 지난주 목요일과 이번주 월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이렇게 나흘간 미네소타 대학 공동기기원에서 화공재료학과 연구진 몇몇이 거금을 투자하여 새로 구매한 GANESHA라는 이름의 X선 분석장비 교육을 받았다. SAXSLAB이라는 유럽 회사에서 개발한, 코끼리 형상의 힌두교 신인 가네샤의 이름을 딴 이 장비는 최첨단의 성능 좋은 X선 분석장비였다. 이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길고 큰 원통 안에서 움직여다니는 검출기에 있었는데, 검출기의 위치를 굉장히 정밀하고 다양하고 조절함으로써 광각산란에서부터 소각산란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범위의 산란각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분석의 편의를 극대화했다는 데 있다. (참고로 광각산란과 소각산란 사이를 mild-angle scattering이라고 불러 MAXS라고 하고, 통상적인 소각산란의 산란각 범위보다 더 작은 범위를 extreme small-angle scattering이라고 불러 ESAXS라고 한다고 했다. 처음 들어봤다.)
게다가 다양한 액세서리 및 스테이지 설치가 가능하여 분석 시료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바꿔가면서 X선회절을 측정할 수도 있고, 박막의 반복구조를 확인할 때 사용되는 X선스침각소각산란(grazing-incidence small-angle x-ray scattering, GISAXS)도 측정 가능했다. 또한 교육 마지막날인 금요일에는 Linkam tensile tester를 설치하여 고분자 필름 시료를 일정한 장력으로 잡아당기면서 기계적 변형이 가해졌을 때 나타나는 X선회절의 변화까지도 관찰할 수 있었다.
X선회절 분석법에 대한 내 이해 수준는 아직 기초적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학부 때 고체물리학 수업을 통해 X선회절에 대한 기본적인 물리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블록공중합체의 SAXS 분석시 고분자의 구조 형태 및 간격에 따라 어떠한 양상으로 회절이 나타나는지 대강 이해하는 정도? 이정도면 실험을 진행하고 또 분석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모든 분석법이 그러하듯이 깊게 파고들어가면 알지 못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다음주부터는 이 X선분석장비의 표준 매뉴얼을 함께 작성해나갈 예정인데 분석법에 대한 이해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질의 시료를 얻고 분석함으로써 X선분석을 내 연구 영역으로 속히 끌어들여야겠다는 바람과 함께.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