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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난주에 화학과 건물 지하에 있는 500 MHz의 고주파 자기장을 사용하는 핵자기공명(NMR) 분광기의 사용법 교육을 받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며칠간 하루에 1시간씩 투자하며 스스로 스펙트럼을 얻었다. 원래 이 기기 사용법을 교육받은 이유는 무려 정량분석 가능한 탄소 NMR을 찍기 위해서였지만, 생각을 바꾸어 이보다는 더 간단한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다름아닌 2차원 NMR이었다.
1차원 NMR 분석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2차원이라니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대학원 시절 배웠던 수업 내용을 믿고 무작정 덤벼들기로 했다. 분석의 목적은 두 화합물이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분자를 이루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질소가 포함된 아민(amine)과 역시 질소가 포함된 이미드(imide) 사이의 커플링인 관계로 Correlation Spectroscopy (COSY)를 이용하는 것은 다소 의미가 없었다. COSY의 경우 서로 하나의 결합을 사이에 두고 결합이 되어 있는지 확인할 때 좋은데, 문제는 내 화합물의 경우 두 탄소 사이에 질소 원자가 끼어 있었으므로 두세 결합 사이를 건너뛰어야 비로소 탄소나 수소 원자가 나타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동종 원자핵(homonuclear)이 아닌 이종 원자핵(heteronucelar) 기반의 분석법이었으며 그 결과 선택된 분석법은 Heteronuclear Multiple Bond Correlation (HMBC).
살면서 처음으로 찍어보는 HMBC였다. 게다가 이 분석법을 활용하면 직접 결합된 C-H 결합은 확인 불가능이기 때문에 더 확실한 분석을 위해 Heteronuclear Single Quantum Coherence (HSQC) 도 찍었다. 물론 2차원 NMR에 정통인 사람은 척 보고 척 하고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2D NMR을 내 화합물 분석을 위해 처음으로 찍어보는 사실상상 문외한이었므로 되도록이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분석이 겨우 가능할 거라고 판단해서 HMBC, HSQC를 함께 보고 비교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질소 원자와 수소 원자 사이의 HMBC까지 추가로 얻었다.)
그리고 분석에 꼬박 4시간이 소요되었다. 아주 길고 긴 험난한 분석 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원하던 결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은 기존의 1차원 NMR이나 IR 분광법으로는 확신하기 힘든 부분이었으므로 굉장히 유용한 정보였다고 자신할 수 있다. 물론 논문의 메인 피겨로 들어갈 수는 없는, 보충 자료에나 들어갈 법한 2D NMR 그림 한 장이 새로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것은 내 연구 역사에 굉장히 의미가 있는 그림 한 장이었다 ― 내가 2D NMR을 찍고 분석할 수 있다!!!
콩기름 관련 연구는 이제 완전히 정리된 것 같다. 물론 교수님이 여전히 섬유를 좀 더 멋지게 뽑을 수 없을까하고 자꾸 주문을 걸지만 그것은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요소이고, 그 외의 모든 자료들과 이야기들은 완비가 되었다. 이제 2주간은 논문을 쓰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렇게 NMR 데이터 분석을 마침으로써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반대 의견이 제기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시켜 버리니 마음이 참 편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