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어느날부턴가 소화가 너무 활발해서 곤욕을 치른 적이 종종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요즘 아침마다 간단하게 베이글과 치즈, 햄과 채소로 샌드위치를 싸서 먹는데, 그에 곁들여서 지난 토요일에 산 바나나와 블루베리를 우유에 퐁당 담가놓고 갈아만든 걸쭉한 스무디(?)를 먹곤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바나나를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는 그냥 스무디를 만들어 먹지 말고 깔끔하게 흰 우유만 마시자 해서 별 생각 없이 냉장고에서 우유통을 꺼내 컵에 우유를 따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우유가 평소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우유를 컵에 따를 때 관찰 가능한 미묘한 유체의 점성! 이것은 유변학적으로 고체의 성질이 증가했음을 알려주는 지표였다. 설마 이거 상한 건 아닌가 싶어서 반 모금 정도 입에 넣고 맛을 봤더니, 맙소사, 시큼한 요구르트 맛이 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더 이상 우유가 아니게 된 우유를 즉시 싱크대에 뱉어버리고 물로 여러번 입을 헹구기 시작했다. 동시에 통에 들어있던 우유를 싱크대에 다 쏟아부었다. 싱크대에 꿀렁꿀렁 떨어지는 우유 아닌 우유는 명백한 고체 침전물을 드러낸채 하수구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겉면에 적혀있던 우유의 유통기한은 2월 11일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냉장이 잘 되어있다면 우유는 유통기한을 넘겨도 먹는데 문제가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대체 냉장고에 잘 보관되어 있던 우유에 무슨 일이 발생했기에 그렇게도 일찍 발효가 진행된 것이었는지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


아무튼 아침마다 (의도치 않게) 다량의 유산균을 섭취하는 바람에 그렇게도 소화가 (과도하게) 잘 진행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색깔도 남다르더라니...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