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계공학과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세미나가 끝날 때쯤 좌장 왈: "아, 오늘 연사로 오신 교수님 연구단 소속 교수님이 지난번에 헤어 드라이어를 발명하셨는데, 그거 정말 멋지더군요. 내부에 바늘같이 생긴 구조가 있는데 거기서 다량의 음이온(negative ion)이 발생되는 그런 헤어 드라이어였죠 ㅡ 보통 폭포수같은데서 많이 발생한다는 음이온 말이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강연 주제, 이보다 지루할 수 없는 강연 스타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겨우 붙잡고 있던 정신줄이 이 말 한마디에 그야말로 산산조각나면서 애먼 분노가 치솟았다. 아니 반지성을 배격할 수 있는 지성이 살아있어야 할 21세기의 대학에서 음이온(anion)이 아닌 음이온(negative ion)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 음이온을 둘러싼 유사과학은 육각수(六角水)와 더불어 굉장히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이다. 물론 세상에 건강에 이로움을 주는 음이온이란 없다. 폭포수나 울창한 삼림에서 음이온이 쏟아져나온다고들 광고를 많이 하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음이온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웃긴 것은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음이온을 negative ion이라고 부르는데, 정작 과학용어로 '음으로 하전된 이온(negatively charged ion)'은 anion이라고 부른다. 이것만 봐도 이사람들이 그렇게 불러대는 음이온이라는 게 과학적인 실체가 아닌 형이상학적인 존재라는 것이 명확하다.


유사과학으로 혹세무민하며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 진짜 다들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다. 음이온과 육각수는 너무 오래된 주제라 '과학으로 세상 꼬집기'에 올리는 것조차 민망하다고 생각해는데 재고해 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