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감사성찬례 중 제2독서로 읽혔던 사도 바울로의 고린토신자들에게 보낸 두번째 편지 6장 중 3절의 내용이다.

우리가 하는 전도 사업이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천년 전 사도들도 내가 주장하는 바를 남들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한다는 일은 킹스제임스(KJV) 성경에서는 'giving no offence in any thing' 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말 그대로 어떤 것에서든 불편하게 만들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의 인식과 풍습은 이미 굳혀져 있는 바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크게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전도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바울로의 주장이었다. 그 결과 바울로에게 당장 돌아온 댓가는 바로 엄청난 고난이었다. 4절과 5절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우리는 무슨 일에나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일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환난과 궁핍과 역경도 잘 참아냈고 매질과 옥살이와 폭동을 잘 겪어냈으며 심한 노동을 하고 잠을 못 자고 굶주리면서도 그 고통을 잘 견디어냈습니다. 

결국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정말 모질고도 긴 기간을 겪어내어야만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게 겨우 가능한 것이다.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탈코르셋 제와 최근 이곳 트윈 시티 지역에서 있었던 성소수자 축제가 떠올랐다. 두 운동은 모두 억압의 대상이었던 부류의 사람들, 즉 여성과 성소수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공표하는 일종의 공론장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그 특유의 과격함과 비이성적인 측면으로 인해 사람들의 지지를 잃었다. 여성이 사회 어디에서나 억압받고 알게 모르게 차별받아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의 발현이 '한남 재기'같은 저열한 방식으로만 진행된다면 기왕에 불붙기 시작한 페미니즘 운동은 좌초될 것이 뻔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4-50년전에 이러한 운동이 벌어졌는데 지금은 이미 한낱 과거 과격 페미니즘 운동가들이 부린 한 때의 객기 정도로 취급되는 듯하다. 기존 가부장적 사회에 유화적이면서도 그들이 알아서 정신차릴 수 있도록 하는 굉장히 노련하고도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 이런식으로 '탈코르셋' 밀어붙인다고 여성 인권이 쟁취될 거였으면 애초에 남자들이 수천년간 권위를 잡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비슷한 예로 한국의 퀴어퍼레이드를 들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퀴어퍼레이드는 너무 지저분하다.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들이 거리에서 벗고 섹드립치기 위해 발악하는 것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래가지고서는 성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기는커녕 온갖 비아냥과 가중된 혐오를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의 성소수자 축제는 결코 그렇게 지저분하지 않다. 철저하게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도록 조직되어 있다. 노출은 최대한 자제되었으나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모두가 '우와!'라고 탄성을 지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아름다운 몸을 드러낼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이것은 고도의 전략이자 치밀한 계산 하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인권 개념이 굉장히 치열하게 논의되는 동네이다. 미국의 성소수자들은 이들 개념들이 자신들의 권리 옹호와 어긋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며 다양한 활동들을 제어하고 있다. (물론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서 그들이 얼마나 광란의 밤을 즐기는지는 논외이다.)

바울로는 결코 지하철 한가운데 서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지 않았다. 만일 그랬다면 더 많은 주목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바울로는 온갖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무던히도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려고 엄청 노력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이 대한민국에서 과연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을 어디서 엿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좀 더 영리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