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새로운 일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진행한 일들을 모두 마무리함과 동시에 내가 그동안 진행해 왔던 미 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 과제를 대학원생에게 넘겨주기 위한 인수인계 과정 중에 있다.


마무리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의뢰받은 무수한 고분자 시편에 대한 X선산란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해석하여 연구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조만간 고분자 물리학 관련 저널에 내가 2저자로 등재된 논문이 투고될 것 같다. 한편 기존에 공동연구로 진행했던 일은 너무 거대해져서 2개의 일로 쪼개기로 최종 결론이 났는데, 한쪽은 이미 모든 데이터가 얻어져 있어 추가 실험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조만간 논문 작성에 돌입할 것 같고, 다른 한쪽의 경우 여전히 X선산란분석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서 미국을 떠나기 전에 웬만한 분석은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수인계라 함은 실험실에 올 때부터 시작한 폴리우레탄 실험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을 내 떠나기 전 이 대학원생이 모두 습득하여 주도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을 하는데, 이 학생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는 태도 ― 나쁘게 말하면 꼼수(?)를 부리는 것 ― 만 빼면 굉장히 성실하고 체계적으로 실험을 잘 진행하고 있어서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 이 학생과 함께 실험을 하면서 일전에는 깨닫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연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며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들게 한 한 주였다. (그놈의) 블록공중합체 실험에 매몰되지만 않았더라도 이 폴리우레탄 연구를 작게나마 마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매우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뭐 내가 시작한 일이라고 해서 꼭 내가 끝마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창안하기 이전에 좋은 훈련이 될테니, 부디 이 대학원생이 흥미를 가지고 일을 차근차근히 진행해서 원하든 결과를 얻어낸다면 참 좋겠다. 물론 공(功)은 대학원생에게 넘어가게 되겠지만 제1저자니 아니니를 떠나, 시작된 일이 논문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언제나 멋진 일인만큼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의 연구는 이어져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학생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나로서는 기쁘다. 앗, 그러고보니 서울대에서 미처 못 마치고 후배 대학원생에게 넘겨준 연구는 아직까지 논문 수정안 재투고(resubmission) 상태에 머물러 있던데 그것도 연내에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생각해보니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 연구성과가 더러 있었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