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되면 무릎에서부터 발목까지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는 바람에 집에 돌아와 내복을 벗다보면 눈 내리듯이 그것들이 떨어지는 게 너무 흉했다. 사실 이것도 미화한 것이지 사실은 비듬 떨어지는 것과 다를 게 없어서 정말 별로였다. 처음에는 때를 안 벗겨서 그런 줄 알고 열심히 때를 밀었는데, 실상 때를 밀고 나면 양이 줄어들 뿐이지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오히려 이 겨우날 때를 박박 벗기니 벌겋게 되어 버린 피부가 더 약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썩 좋지 않았다. 게다가 미네소타에 있을 때에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 그만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마트에서 시어 버터 기반의 보습 크림을 사서 남아공에서 샀던 바이오 오일을 함께 꾸준히 발랐는데 이게 효과가 굉장히 괜찮았다. 화장품을 비롯하여 ― 요즘 남자들도 다양한 쿠션을 바른다던데... ― 몸에 뭔가 바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겨울만큼은 이런 것들을 발라야 정상생활이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주 월요일에 올리브영에서 보습 로션을 하나 샀다. 굳이 완주에서까지 올리브영에 간 이유는 최근 새로 발급받은 KB 카드의 혜택이 CJ 계열사 제품 할인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어제부터 기온이 급강하해서 많이 추워진지라 이 보습 로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상하게도 상체는 웬만하면 각질이 일어나지 않는데 무릎에서 발목에 이르는 하체 부분이 워낙 심각(?)해서 거기에만 일단 집중적으로 바르고 있다.


아참. 기왕 사는 김에 근처 마트에 들러 바디워시와 샴푸, 린스도 샀다. 최근 3-4년간 비누로만 모든 것을 거의 해결했는데 진짜 오랜만에 각 '부분'들을 씻기 위한 개별 제품들을 구매한 것이다 (특히 린스는 거의 10년만에 쓰는 것 같다.)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 의식 때문에 샴푸를 그간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내가 머리를 제대로 감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좀 의아해서 확인차(?) 이번엔 샴푸와 린스를 써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머리를 분명 감고 나왔는데 머리를 긁적이면 손톱 밑에 꼭 허연 게 긁혀 나오는 것 같단 말이지. 이게 비듬처럼 머리 사이사이에 하얀 것들이 끼는 그런 상태는 아니고 오직 두피를 손톱으로 긁을 때라야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히 두피에서 발생하는 각질같은 것인데... 두피가 건조하다는 뜻인 것일까? 아무튼 만일 머리를 깨끗하게 하는 세척 방법이 잘못된 것이면 샴푸를 써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비누의 세척력이 부족한 것이라면 샴푸를 쓰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아, 그리고 덤으로 머리 감는 시간도 아침에서 밤으로 바꾸기로 했다. 어디서 들은 말인데 하루 일과 중에 더러워진 머리를 깨끗이 씻어내고 자야 침구류 오염도 막고 하룻동안 머리에 쌓인 오염 물질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다고 했다. 아무튼 기왕에 마음 먹고 여러 물건들을 구매했으니 다 소모하는 때까지는 열심히 잘 써봐야지.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