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둔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아침부터 나가야했다. 사실 어렵지 않다 ㅡ 차를 타고 가면 6분만에 둔산리에 도착하며 둔산공원 주차장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월요일에 완주에 돌아오면 이 차를 몰고 KIST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유인즉 월요일 오전에는 위 수면내시경이 포함된 건강검진이 예정되어 있고, 이로인해 검진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만 하루동안은 운전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차를 괜히 몰고 와서 둔산공원에 혼자 남겨둘 이유는 없으니 택시를 타고 KIST와 둔산리를 왔다갔다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 수요가 끊이자 않는 둔산리에는 택시들이 대기를 하고 있지만 사람도 얼마 없고 대부분 자가용을 쓰는 사람들이 근무하는 KIST 에는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아침에 콜택시에 전화를 해서 둔산리까지 갈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두 분 다 거절을 하셨다. 사실 다른 번호를 검색해서 나를 둔산리로 데려다 주실  (백마.. 아니 백차탄) 기사님을 물색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두번째 기사님의 거절 사유를 듣고 나서 그냥 내 차를 몰고 둔산리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두 분의 거절 사유와 목소리 톤이 너무나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거절 사유: 전주역에 손님을 모시러가는 중이다.

목소리: 긴장감이 전혀 없음. 소음이 거의 없음.


이러면 답이 딱 나온다. 전주역에 손님을 모시긴 개뿔 ㅡ KIST와 둔산리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 요금이 얼마 안 나오니 적당히 핑계를 둘러대는 것이었다. 더구나 이미 손님을 모시고 있으면 도착지를 얘기하기 전에 현재 손님 모시는 중이라고 얘기를 하고 거절을 해야지 출발지를 밝힌 뒤 ('여기 KIST인데요..') 도착지를 듣자마자 ('둔산리로 가려는데요..') 내놓는 답변이란 게 '아.. 지금 전주역..'. 이렇게 반응하면 좋게 말해 '죄송하지만 지금은 손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지 쉽게 말하면 '꺼져' 아닌가!


그래서 그냥 차를 몰고 둔산공원에 주차한 뒤 아까 막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차 없으면 어쩔 뻔했나. 물론 승차거부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ㅡ 뭐 자율주행과 AI가 발전하여 택시기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게 될때쯤엔 승차거부라는 것도 옛말이 되겠지만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