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여행이 계획된 것은 올해 3월 말, 인도 출장을 마치고 시흥 집에 갔을 때였다. 갑자기 아버지는 꼭 이탈리아에 가야겠다며 당장 일정을 잡자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나는 이탈리아는 말년에나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었는데, 졸지에 아버지 '때문에' 그날 바로 비행편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급히 결정된 추석 이탈리아 여행. 어머니도 함께 하지 않겠느냐 제안했지만, 어머니는 조카 돌봄과 더불어 여행의 목적인 '산악행'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여행에 불참하는 것으로 정하셨다. 그래서 이 여행은 아버지와 아들의 좌충우돌 여행, 즉 자충부돌(子衝父突) 여행이 되었다.


오늘 새벽부터 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려 상하이(上海)를 가는 비행기를 탔다. 하필 공항 노조 파업이 진행되는 터라 혹시라도 차질이 빚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일단 별 문제는 없었다. 1시간 50여분 비행을 마친 비행기는 우리를 상하이 푸둥(浦东)공항으로 인도했고, 아버지와 아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공항을 빠져나와 국경절(国庆节)을 맞아 인산인해를 이룬 상하이의 예원(豫园)과 와이탄(外滩)을 둘러보았다.


조금 있다가 이곳 상하이에서 베네치아(Venezia)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아버지와 하는 여행이라 분명히 의견 차이나 감정 상하는 일 때문에 싸울 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져 드리면서(?) 여행을 잘 이어가야 하겠다. 출발 전에 어머니가 부자(父子)에게 강제하신 선서문을 기억하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