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로그 콘푸레이크가 먹고 싶었다. 바삭하고 옹골진 씨나락 같은 것들이 입안에서 우유와 함께 버무러져 잘게 파쇄되는 그 맛, 그 촉감을 나는 혀 끝으로 더듬어 되새기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저 높고 고귀한 진열대에서 허기진 내 눈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것은 다름 아닌 설탕으로 떡칠된 ㅡ 전날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나서는 면접 준비한답시고 BB 크림을 벽에 소똥 바르듯 얼굴에 쳐바른 듯한 ㅡ 사특하기 짝이 없는 콘푸로스트 뿐이다. 시리얼에 설탕이 담뿍 묻혀져 있다는 것 이상으로 내가 경멸하는 것은 이 콘푸로스트는 가증스럽게도 달짝지근한 우유맛을 잉태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딸기우유, 바나나우유같은 저질 우유를 내 돈 주고 만들어서 먹는 이 비참한 느낌이란, 나도 100여년 전 우국지사처럼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제하의 사설이라도 써야 직성이 풀릴 수준이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세 번째 공의회를 연다면 부디 콘푸로스트에게 깔끔하게 anathema를 날리고 호랑이 기운을 운운하는 즉시 파문에 처하시기를. 콘푸레이크 상자 겉면에 그려진 켈로그의 상징과도 같은 코르넬리우스여, 내게 와 주오. 도대체 우리나라 매장에서는 당신의 위엄 서린 벼슬을 볼 수 없단 말인가. 2천년 전 예수의 수제자가 당신 집에 가서 이방인 최초의 성령강림을 목도했다는데, 미국으로부터 태평양을 건너야만 올 수 있는 이방 오브 이방인 이 사우쓰 코ㅡ리아에 당신 강림해주시는 것을 바라는 것은 내가 너무 주제넘은 것인가. 사실 당신이 20년 전에 우리 집앞 진흥슈퍼에 당당히 군림하고 계셨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당신은 콘푸로스트에 의해 구축되고 말았다. 도대체 왜? 어째서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자는 버림 받고,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자들은 "오 내 사랑, 내 귀염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온갖 애정을 받는 것인가. 저 가짜 호랑이는 1/3 이라는 기만책까지 쓰면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사랑받는 걸 보면 이 사회는 글러 먹었다. 퉤! 결국 차선책으로 손에 쥔 것은 아몬드 후레이크. 하지만 이것도 우유를 달게 만들 것은 뻔하다. 그래도 아몬드 후레이크엔 아몬드가 있으니 정상참작이 가능하다. 상자 하나가 무려 8,000원이라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