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에 입사한지 벌써 석달이 지났고 그동안 꽤 많은 시간을 연구실 세팅 및 교육, 기타 행사 참석 등으로 썼다. 이제서야 약간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새로 합류한 박사후연구원과 마침 참여하게 된 전북대 학부 인턴생들과 함께 리그닌(lignin)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 이 학생들이 왔을 때는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1월 중반에 리그닌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틀이 잡히게 됨에 따라 자연히 이 학생들이 리그닌 관련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끔 유도하였고, 다행히 큰 무리없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꼼꼼하게 실험실 성실하게 잘 하는 친구들이라 뭔가 예상치 않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 센터에서 진행하는 일 중 하나는 목재의 펄핑 공정 중 발생하는 부산물인 리그닌을 개질하여 보다 유용한 고부가가치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잘 알려진 개질 방법인 페놀화(phenolation 혹은 phenolysis)를 진행하고 있고, 생각보다 이게 수월하게 진행되는 데다가 기존 방식에서 보고한 것보다 더 좋은 방식을 활용해서 페놀화 리그닌을 선택적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보통 리그닌은 유기 용매에 넣어도 용매에 녹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개질한 페놀화 리그닌은 아세톤, 테트라하이드로퓨란, 다이메틸설폭사이드에도 잘 녹는 그런 리그닌이 되겠다.


앞으로 이것을 이용하여 탄소 소재 및 열경화성 수지를 만들 예정인데, 어떻게 하면 남들이 안 한 방법으로, 그러나 비싸거나 어렵지는 않은 방법으로 현명하게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하지만 일단 원료 소재를 다량으로 얻어 가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이상, 이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ㅡ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나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졌으나, 막상 일을 진행해보니 이거 해 볼만한 일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붙었다. 생각해보니 재작년 콩기름 실험을 할 때에도 이런 기분이었지.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밟아 나가며 목적을 이뤄나가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